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결렬과 홍해 긴장 고조로 미국 중동정책 시험대에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하룻밤 공습으로 4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군은 인질 교환과 휴전 연장을 위한 회담이 실패한 후 테러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전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격화된 전쟁 상황에서 중동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지난해 4월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연루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평화로 돌아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재개, 홍해의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을 겨냥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시리아에서 이란의 최근 위협과 폭력 등은 트럼프의 외교 정책 시험대에 올랐다.
◇ 백악관, 이스라엘 지지 확인하고 후티 반군에 "지옥이 쏟아질 것" 경고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지구에서의 적대행위 재개에 대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작전에 대해 사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국가안보회의 대변인 브라이언 휴즈는 "하마스가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전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국방 전문가이자 전 미 해군 대위인 진 모란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방어하고 싶은 것을 방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이스라엘 뒤에 서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홍해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지옥이 비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티 반군은 18일 USS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을 공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48시간 만에 세 번째 공격이었다.
비정부기구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이스라엘'(ELNET-Israel)의 CEO 에마뉘엘 나본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행정부가 군사 작전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인들의 초점은 이란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트럼프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주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이 지난 15일 예멘의 수도에서 테헤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한 후 미국에 보복을 경고했다.
◇ 전문가들 "트럼프의 중동 정책, 지역 안정 가져올 수도... 갈등 심화시킬 수도"
전직 이스라엘 정보부 관리인 아비 멜라메드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중동 정책이 이 지역에 새로운 동력을 창출했으며, 하마스, 후티 반군, 이란 정권이라는 불안정한 세 세력에 맞서는 동시에 주요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접근법은 지난 20년 동안 침체를 야기해온 폐쇄적이고 정적인 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중동에서 트럼프의 행동이 더 큰 지역 안정으로의 전환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 전문가 진 모란은 후티 반군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1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실행에 옮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의 중동 계획은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더 장기적'이라며 '그는 일을 해내고 있다. 우리는 그가 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 이란계 미국인 위원회(NIAC) 회장 자말 압디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에 외교에 투자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는 휴전 협정에 동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처음에는 지역 긴장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서도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트럼프는 다시 한 번 이 지역의 갈등에 깊이 얽혀 바이든 정부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카드를 사용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잉글랜드 서리 대학의 지정학 전문가 마크 섀너핸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해 시간이 없으며 하마스와의 갈등에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는 전쟁으로의 회귀이며,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적인 태도와 이란에 대한 위협은 지역 갈등의 용광로에 더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억류된 나머지 인질 59명(최대 24명은 생존한 것으로 추정됨)의 석방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은 군사력을 증강시켜 하마스에 맞서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중동 전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7일 베이루트 당국에 따르면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에서 충돌이 발생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을 입었다. 3월 초 시리아에서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충돌로 수백 명이 사망한 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치하 최악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새로운 공격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과 이란 지지세력의 보복 경고에 어떻게 대응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