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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 4월 시범 가동 임박...홋카이도, 반도체 산업 육성 '사활'

일본 업계, 라피더스 효과에 기대감 증폭
경험 부족과 업계 장벽은 '숙제'
정부·기업, 맞춤형 지원으로 돌파구 모색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4월 시범 가동을 앞두고 홋카이도 지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라피더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홋카이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높은 업계 장벽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4월 시범 가동을 앞두고 홋카이도 지역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라피더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홋카이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경험 부족과 높은 업계 장벽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사진=로이터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일본 기업 라피더스의 시범 라인 가동이 4월로 임박했다.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건설 중인 공장 주변으로 관련 사업을 확보하려는 지역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과 경험 부족은 이들에게 넘어야 할 과제다.
지난 17(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오는 4월 시범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에 거점을 마련한 배관 전문 기업 테크노플렉스의 한 담당자는 "반도체 공장의 배관 유지보수를 맡길 현지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은 가스나 약액 사용이 많아 배관 손상과 유지보수가 잦아 현지 협력업체 확보가 필수적이다. 테크노플렉스는 라피더스 진출에 맞춰 홋카이도에 배관 가공 공장까지 설립했지만, 아직 지역 내 사업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인력 상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혼슈에서 인력을 파견하는 대신 현지 업체에 유지보수를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기존에는 홋카이도 내 반도체 관련 기업들 역시 대부분 역외 기업과 거래해왔으나, 라피더스 진출을 계기로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홋카이도 산학관 협력체인 '홋카이도 반도체 인재 육성 등 추진 협의회'2023년부터 지역 기업과 반도체 관련 기업 간의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에는 홋카이도 내 80개 기업으로부터 163건의 제안이 접수되었으며, 올해 2월에는 23개 기업이 참여한 32건의 상담이 진행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홋카이도 무로란시에 본사를 둔 금형 전문기업 기메라 역시 홋카이도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기업과 활발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 후지이 테츠야 기메라 대표는 견적 요청이 들어온 상황을 언급하며 "수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기메라는 5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초정밀 금형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홋카이도 외 지역의 반도체 기업들과 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홋카이도 기업들이 반도체 업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거래 실적 부족은 물론, 반도체 산업 특유의 엄격한 '업계 규칙'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비즈니스 매칭에서 수요가 높았던 '제조 설비 유지보수' 분야의 경우, 홋카이도 기업의 제안은 21건에 달했지만, 실제 상담으로 이어진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제품 수납 매거진 제작' 분야에서는 제안 기업이 전무했다. 협의회 측은 이에 대해 "반도체 기업과의 거래 실적이 없으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홋카이도는 2034년까지 반도체 관련 기업 수를 2024년 대비 1.5배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제조 장비 업체의 공장 설립이 이어지면 부품 제작 등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의 높은 기준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홋카이도 중소기업 종합 지원 센터의 스즈키 쇼타 반도체 수발주 코디네이터는 "업계 고유의 규칙으로 '흠집이 없을 것',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항온실에서의 검사 공정', '정밀 가공 설비 보유' 등 일반 제조업에서는 잘 요구되지 않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준은 대부분의 홋카이도 기업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홋카이도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규슈 지역 반도체 산업 발전과 함께 지역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야마구치현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야마구치현 산업진흥재단의 마쓰다 마사키 사업지원부장은 약 35년간 현내 기업의 반도체 공급망 진입을 지원해왔다. 그는 단순히 매칭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상담에 동석하여 문제 해결을 돕고 기업을 직접 방문해 업계 규칙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왔다. 그 결과 야마구치현의 반도체 관련 기업은 수십 개에서 130여 개로 증가했으며, 1차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도 60곳을 넘어섰다.
마쓰다 부장은 "설비 투자는 필요하지만, 업계 규칙을 이해하면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 (홋카이도 역시) 밀착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홋카이도 중소기업 종합 지원 센터는 2025년도에 반도체 전문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협의회는 비즈니스 매칭에서 수요는 높았지만 실제 계약 성사율이 낮았던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기업 대상 세미나와 설명회를 개최하고, 반도체 산업에 먼저 진출한 역외 기업과의 교류회를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쓰다 부장은 "최초로 현내 기업과 1차 협력업체 간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5년 정도 걸렸다"고 회상하며, 홋카이도 기업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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