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이 15일(현지시각) 하루 전 유출된 실적 보고서에서 중국 수출 규제 등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해 반도체 종목들 주가에 타격을 준 데 이어 16일에는 중국이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로 인텔 주가가 또 다시 하락했다.
중국 업계 모임인 중국사이버보안협회(CSAC)가 16일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에 인텔 반도체 보안 감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반도체 종목들은 전날 폭락세를 딛고 이날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보안 취약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SAC는 CAC에 인텔 반도체가 보안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감사를 촉구했다.
지난해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 규제를 단행한 것처럼 CSAC가 보안 감사를 청원하고 이를 CAC가 받아들여 감사에 나선 뒤 인텔 반도체 수입 규제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CSAC의 청원은 인텔 반도체 수입 규제를 위한 첫 단추로 해석된다.
CAC는 앞서 지난해 마이크론 반도체에 대한 조사에서 ‘심각한 보안 위험’을 찾아냈다면서 중국 주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사들에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마이크론은 매출이 두 자릿수 퍼센트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었다.
차이나리스크 재부각
인텔은 첨단 반도체 수출에서 벗어나 있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충격의 무풍지대에 있다.
지난해 총 매출의 25% 이상을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였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인텔 반도체에 대한 조사를 거쳐 마이크론에 내렸던 것과 같은 사용 중단 결정을 내리면 인텔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특히 마이크론과 달리 이 충격을 흡수할 안전판도 없다.
인텔은 최근 수십억달러 비용 절감 계획과 함께 1만5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인텔은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져 있고, 이 때문에 올 들어 주가가 50% 넘게 폭락했다.
반도체 반등
인텔이 이날 중국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약세를 보였지만 전날 폭락했던 반도체 종목들 상당수는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 종목들에 쇼크를 불러왔던 ASML은 이날도 폭락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낙폭은 크게 좁혔다.
전날 16%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600억 달러 넘게 날아간 ASML은 이날은 46.91달러(6.42%) 급락한 683.52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4.12달러(3.13%) 급등한 135.72달러로 올라서 전날 낙폭 4.7% 일부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4.92달러(4.72%) 급등한 109.24달러로 올라섰다.
맞춤형 AI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도 0.84달러(0.48%) 오른 176.82달러로 마감했다.
다만 AMD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0.51달러(0.33%) 밀린 156.13달러로 장을 마쳤다.
인텔은 중국 리스크가 재부각된 탓에 0.35달러(1.54%) 하락한 22.31달러로 미끄러졌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