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구제에 나섰다. 아폴로는 인텔에 최대 50억 달러(약 6조68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제안했고, 인텔 측도 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텔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퀄컴 등이 매수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다. 아폴로는 인텔의 구조조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 16일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 2분기 16억 달러(약 2조1300억 원)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완전히 분리해 독립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인텔이 10년 이상 손 놓고 있었던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고, 퀄컴이 인텔을 인수해도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뉴욕에 본사가 있는 아폴로는 운용 자산 6710억 달러(약 896조 원) 규모의 글로벌 대체 투자 회사다. 인텔이 아일랜드 공장 지분의 49%를 아폴로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110억 달러(약 15조 원)를 유치했다.
인텔은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의 소도시 레익슬립에 제조 공장 '팹 34'를 짓고 있고, 곧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공장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이용하는 인텔4 제조 공정을 위한 대량 생산 설비다. 인텔은 지금까지 이 시설에 184억 달러(약 25조3000억 원)를 투자했다.
지난달 인텔이 발표한 2분기 매출은 128억3000만 달러(약 17조 원), 조정 주당순이익은 2센트로, 각각 월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인텔이 제시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125억~135억 달러(약 16조~18조 원)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에 인텔은 직원 15% 감축과 배당금 지급 중단, 비용 절감 계획 등을 함께 발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인텔이 2025년까지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2027년부터 오하이오주 콜럼버스를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생산 센터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직원 1만5000명을 감원하고 자본 지출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인텔 주가는 60%가량 하락했다. 인텔의 시장 가치도 860억 달러(약 115조 원)로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