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연이은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인해 미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4등급 허리케인 '헐린'으로 230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데 이어, 10월 9일에는 5등급 허리케인 '밀턴'이 플로리다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550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밀턴은 최대 풍속 시속 250km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 중서부 해안에 상륙해 중부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상청은 "밀턴이 이 지역에 100년 만에 최대 영향을 주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며 대피를 촉구했다.
탬파베이 해안에는 최대 4.6m 높이의 해일이 예상되며, 플로리다 반도 중북부에는 최대 460mm의 폭우가 예보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10월 10일 기후 저널리즘 플랫폼 히터드(HEATED) 보도에 따르면, 전 플로리다 주 에너지 및 기후 위원이었던 캐시 보먼 맥레오드는 최근 기고를 통해 "이는 수십 년간의 부정과 지연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1988년 NASA 과학자 짐 핸슨의 지구 온난화 경고 이후에도 정부와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밀턴은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역대 다섯 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이며, 1950년 이후 한 해에 5등급 허리케인이 두 개 이상 발생한 것은 다섯 번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많은 열을 품은 바다, 특히 멕시코만의 해양 열파(Marine Heatwave) 현상이 허리케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맥레오드는 플로리다주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론 드산티스 주지사가 올해 5월 서명한 법안은 주법에서 기후변화 고려사항을 제거하고 청정에너지 목표를 무효화했다. 이는 과거 릭 스콧 전 주지사 시절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논의를 금지했던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 부정 정책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버지니아의 글렌 영킨 주지사 역시 최근 허리케인 피해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맥레오드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광범위한 기후 부정은 의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 부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빈번한 자연재해로 인해 주택보험 비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기후 정책과 경제 정책에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허리케인 피해와 기후변화 논란은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하는 민주당과 경제 성장에 무게를 두는 공화당 간의 정책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플로리다와 같은 태풍 피해가 잦은 경합 주에서는 기후변화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 변화와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장기적 안목의 경제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