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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가격 두 배 폭등에 아시아 석탄 발전 총력 가동…한국, 석탄 상한 폐지·원전 80% 가동 '비상령'

호르무즈 봉쇄·카타르 수출 중단 겹악재…에너지 전환 청사진 4년 만에 또 '좌초'
아시아 LNG 수입 증가량 전망 1240만 t→500만 t 반토막…156조 원 인프라 투자도 흔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으로 아시아 주요국이 석탄 발전을 긴급 확대하는 동시에 에너지 수급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으로 아시아 주요국이 석탄 발전을 긴급 확대하는 동시에 에너지 수급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세계 LNG 물동량 20%를 책임지는 카타르 수출기지가 가동을 멈추면서,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이 두 배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reuters.com)은 17일(현지시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이 석탄 발전을 긴급 확대하는 동시에 에너지 수급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당정은 석탄 발전 상한제를 즉각 폐지하고 원전 가동률을 현재 60%대 후반에서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켄지는 이번 사태로 아시아 LNG 수입 증가량 전망치를 1240만 t에서 500만 t으로 절반 넘게 낮췄으며, 남아시아에서는 156조 원 규모의 LNG 인프라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충격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 만에 아시아를 강타한 두 번째 대규모 LNG 공급 위기로,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탈탄소 전환 계획 전반이 또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석탄값 14% 오를 때 LNG는 100% 뛰었다"…발전 연료가 바뀌는 이유


동북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KM)는 이달 9일 기준 100만 BTU당 24.80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이후 100% 이상 급등한 수치다.

반면 국제 기준 열연탄 가격은 같은 기간 13.2% 오르는 데 그쳤다. 석탄 가격이 이달 초 t당 138달러로 15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한 뒤 약 137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LNG와의 격차는 역대급으로 벌어진 상태다.

이 가격 낙차가 아시아 전력 당국을 일제히 석탄 발전소로 돌아서게 만든 핵심 동인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카타르의 핵심 LNG 생산기지 라스라판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추고, 카타르 에너지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미국 걸프만에서 아시아로 가는 LNG 운반선 운임은 지난달 25일 하루 4만2000달러에서 이달 초 30만 달러로 약 7배 급등했다. 물량도, 선박도, 운임도 동시에 치솟으면서 아시아 발전사들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방글라데시는 이달 들어 석탄 화력 발전과 전력 수입을 동시에 늘리고 있으며, 파키스탄 전력부 아와이스 레가리 장관은 "LNG 발전이 줄어든 만큼 국내 탄광 석탄으로 가동하는 발전소가 비수요 시간대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필리핀은 LNG 발전을 줄이고 석탄 발전을 늘렸으며, 베트남 국영 전력회사 에브이엔(EVN)은 지난주 석탄 공급 계약 협상에 나섰다.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부 길베르토 피체토 장관도 지난 4일 방송 인터뷰에서 "에너지 위기가 더 악화하면 가동을 멈춘 석탄 발전소 일부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2022년 '33조 원 적자 악몽' 재연 막아라…석탄 상한 폐지·원전 80%로 투트랙 가동


이번 사태가 한국에 남다른 긴장감을 주는 배경에는 2022년의 기억이 있다. 한국전력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석탄·LNG 구입에 약 68조 원을 지출하며 33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4년 만에 같은 구조의 공급 충격이 재현되자 정부와 여당은 즉각 대응 태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중동 사태와 관련한 국내 에너지 수급 관리를 위해 원전 가동률을 80%까지 끌어올리고, 설비용량의 80%로 제한하던 석탄 발전량 상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달 안에 신월성1호기와 고리2호기 등 2기를 재가동하고, 오는 5월 중순까지 한빛6호기·한울3호기·월성2·3호기 등 4기를 추가 가동해 원전 이용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개발·생산 물량 중 335만 배럴을 오는 6월까지 국내로 들여오는 계획도 내놓았다. 공급선 다변화 전략도 가속된다. 한국가스공사가 15년간 추진해 온 'LNG 캐나다' 사업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태평양 항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약 70만 t의 LNG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 봉합에 그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선박이 대체 항로를 이용하더라도 중동에서 한국까지 기존 25일이던 운항 일정은 최소 35일, 최대 60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해진공은 통항 제한이 끝나도 정상화까지 그 두 배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수입 증가량 전망 반토막…156조 원 인프라 투자에도 빨간불


국제 에너지 시장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도 크다. 우드맥켄지의 루카스 슈미트 애널리스트는 "중동 공급 차질이 두 달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2026년 아시아 LNG 수입 증가량 전망치를 1240만 t에서 약 500만 t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LNG 장기 계약 대부분이 국제유가를 3개월 시차로 반영하는 구조여서 아시아 구매자들은 오는 6월부터 도입 단가가 더 높아지게 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으면 세계 경제가 사실상 멈추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진입한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남아시아에서 추진 중인 LNG 수입 설비 관련 1070억 달러(약 159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 서밋그룹 아지즈 칸 회장은 "높아진 전력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며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IEEFA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석탄 발전을 23% 줄이는 과정에서 가스 발전이 25% 늘어 발전 부문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이 오히려 6% 증가했다.

이번에 다시 석탄 발전을 늘리면 정부가 지난해 COP30에서 약속한 2035년 온실가스 53~61% 감축 목표가 동시에 후퇴하는 딜레마가 불가피하다.

IEEFA의 LNG 수석 연구원 샘 레이놀즈는 "이번 충격은 수입 화석연료에 기댄 에너지 개발 계획의 구조적 위험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기회를 키울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탈석탄을 선언한 나라들이 위기 때마다 석탄 발전소 굴뚝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이 반복의 고리를 끊을 구조적 해법 없이는, 에너지 전환은 위기 앞에서 번번이 선언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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