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보험료 최대 20배 폭등, 머스크·MSC 운항 중단… 동맹국 외면 속 해협 봉쇄 3주째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문가 "휴전 없인 소비자 물가 연쇄 충격 불가피"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문가 "휴전 없인 소비자 물가 연쇄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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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보험료 최대 20배 폭등… 운항 포기 속출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전쟁 전 대비 최대 20배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선박 가액의 0.02~0.05%였던 전쟁 위험 보험료는 현재 0.5~1%까지 올랐다. 시장 가치 1억2000만 달러(약 1785억 원) 규모의 유조선 기준으로, 기존에 최대 4만 달러(약 5950만 원)이었던 보험료가 현재는 최소 60만 달러(약 8억9200만 원)에서 최대 120만 달러(약 17억8500만 원)까지 뛰었다. 해협 단 한 번 통과에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영국 수출입협회(IEIT) 마르코 포르지오네 이사는 지난 16일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일시적 해협 차단과는 차원이 다른 적대적 작전 구역으로 변했다"며 "지금 해운사들의 최대 제약 요인은 운항 능력이 아니라 보험사의 승인 여부"라고 말했다.
결국 머스크(Maersk), MSC, CMA CGM 등 세계 상위권 해운사들은 이미 이 해역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해협 양쪽에 발이 묶인 선박은 수백 척에 달한다.
트럼프 호위 작전 제안, 동맹 외면에 '공중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국적 해군 호위작전을 통한 해협 재개방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지만, 동맹국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사실상 거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상황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군사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직 미국 해군 장교 존 브래드퍼드는 블룸버그에 "상업용 선박이 해군의 방어권 안에서 보호를 받으려면 선박이 군함과 함께 항행해야 하는데, 좁은 해협에서 한 번에 보호할 수 있는 선박 수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극소수 선박은 미국 군함의 보호 아래가 아니라, 이란 해안에 바짝 붙어 테헤란의 묵인을 구하며 항행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이란이 해협의 '통행세'를 쥐고 있는 구조"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수주 내 소비자 물가 반영 예고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 개시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약 40% 급등하며 배럴당 100달러(약 14만8800원)를 넘어섰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 액화천연가스(LNG) 및 비료 공급의 30%가 이 해역을 통과하는 만큼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육상 송유관을 통한 우회 수출 확대에 나섰지만, 해로 물동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래피단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블룸버그에 "이란의 기뢰, 고속정, 드론 등 비대칭 전력이 완전히 무력화되기 전까지는 상업용 선박을 해협에 투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협 안전을 확보하는 데만 최소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서 조달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도입분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해협 봉쇄가 한 달 이상 이어질 경우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국내 유가와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완전 폐쇄 없어도 공포로 물류 마비"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욘 솔트베트 수석 분석가는 이란의 전략적 계산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닫을 필요조차 없다. 선박 10여 척을 공격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는 것만으로도 세계 물류를 사실상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위협만으로도 공급망 마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해군 전문가 출신 톰 샤프는 "현재 상황은 군사력이 아닌 정치적 결단이 먼저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 다변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며, 에너지 의존 구조의 구조적 전환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의 물류비·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수주 내로 전 세계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잇는 폭 33~96km의 해협으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UAE가 해상 수출 통로로 활용한다. 이 해협이 막힐 경우 대체 경로인 아라비아반도 횡단 송유관(트랜스-아라비안 파이프라인)과 아부다비 원유 파이프라인이 있으나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