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부 항구 유조선 계약 역대 최고치… 페르시아만 수출은 사실상 ‘정지’
우회로 용량 한계로 70% 공급 차단 불가피… 운임 10배 폭등에 유가 100달러 돌파
우회로 용량 한계로 70% 공급 차단 불가피… 운임 10배 폭등에 유가 100달러 돌파
이미지 확대보기사우디 서부 얀부(Yanbu) 항구의 유조선 선적 계약은 전쟁 전 대비 21배나 폭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수송 능력의 한계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나가던 물량의 70%는 여전히 발이 묶여 있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대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운송 비용 폭등과 실물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로 다가왔다.
◇ 호르무즈 대신 홍해로… 얀부 항구 ‘역대 최대’ 물동량
이란이 페르시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를 가로지르는 1200km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홍해 측 얀부 항구로 수출 경로를 급격히 틀었다.
3월 초부터 13일까지 얀부 항구에 입항한 유조선은 총 64척으로, 전년 동기(0~2척) 대비 21배 급증했다. 3월 9일 주간에는 하루 선적량이 260만 배럴에 달해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우디 원유 수출의 80%를 담당하던 동부 라스 타누라(Ras Tanura) 항구의 계약은 3월 들어 단 3건에 그쳤다. 해협 통과가 불가능해지자 선주들이 선박을 대거 홍해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우회로의 한계… “하루 1400만 배럴 여전히 고립”
사우디가 파이프라인 용량을 일일 500만 배럴에서 700만 배럴로 확장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거대한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파이프라인을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호르무즈 폐쇄 전 물량의 약 70%인 하루 1400만 배럴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다.
홍해를 통해 나간 원유가 인도양으로 진입하려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빈번한 바브 엘-만데브 해협을 지나야 한다. 3월 초 이 해협의 선박 통과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33척)에 머물러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운임 10배 폭등과 유가 100달러 재돌파
운송 위험이 커지자 선박을 구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해상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얀부를 떠나는 대형 유조선(VLCC)의 하루 운임은 약 45만 달러(약 6억7000만원)로 추정된다. 이는 2023~2025년 평균(4.2만 달러)의 10배 이상이다. 멕시코만이나 서아프리카산 원유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공급망 붕괴 우려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일주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이란의 주요 수출 허브인 카르그 섬과 UAE의 푸자이라 항구에 대한 드론 공격 보도가 잇따르며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 한국 에너지 시장에 주는 시사점
사우디의 우회 수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과 운임 폭등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사우디산 원유가 홍해를 돌아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운임 부담이 가중되어 국내 정유사의 도입 단가가 크게 상승한다. 이는 곧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상으로 직결된다.
홍해 루트의 한계로 전체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전략 비축유 방출 시점을 정교하게 조율하고, 미국, 브라질 등 중동 외 지역으로부터의 조기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상 운임 폭등은 원유뿐만 아니라 중동을 지나는 모든 수출입 물동량에 영향을 미친다.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지원 등을 위한 민관 합동 대응 체계가 절실해 보인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