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8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7월 수치와 시장 예상치인 2.2%보다 높은 것으로 4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한 것이다.
8월 헤드라인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전달의 2.2%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도쿄의 CPI 수치는 9월에 발표될 전국 물가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지난달 31일 ‘깜짝’ 금리 인상 이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추세가 중앙은행의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연내 인상 vs 내년으로 미룰 것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자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긴축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 10월 인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 시장의 혼란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일본은행이 내년으로 금리인상을 미룰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앵릭은 CNBC에 "(일본은행이) 10월에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5년에도 최소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며, 이르면 1월에도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앵릭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계속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언급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가정용 공공요금에 대한 지원을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조치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반면, 전직 일본은행 관료이자 현재 미즈호 리서치 & 테크놀로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마 가즈오는 중앙은행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변동 없이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직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만큼 모멘텀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지금 당장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년 1월에 0.5%로 인상하고 7월에 다시 0.75%로 인상해 긴축 주기를 사실상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발표된 별도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7월 실업률은 2.7%로 6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로이터가 조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실업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무디스의 앵릭은 "추가 금리 인상이 성장에 추가적인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더 광범위한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7월 공장 생산은 6월보다 2.8% 증가했지만, 3.5% 증가를 예상한 컨센서스에는 못 미쳤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둔화됐다.
미쓰비시UFJ 리서치&컨설팅의 고바야시 신이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된 지표를 종합해 볼 때 실물경제와 펀더멘털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며 빨라도 내년 1월이나 3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5년 만에 최고치인 0.25%로 인상하고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계획도 발표했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계속 상회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일본은행이 다음 달 20일 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어 중앙은행이 10월~1월 사이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