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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첫 원전 경쟁입찰 생략 공식화

에너지부 "투자 유치·신속 허가로 2032년 1,200MW 목표"
경쟁입찰 면제·신속 처리... 에너지부, 민간 투자와 신기술 도입에 방점
2018년 5월 11일 필리핀 마닐라 북쪽 모롱 마을에 바탄 원자력 발전소(BNPP)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5월 11일 필리핀 마닐라 북쪽 모롱 마을에 바탄 원자력 발전소(BNPP)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필리핀 정부가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도입을 위해 경쟁입찰(Competitive Selection Process, CSP) 절차를 생략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에코-비즈니스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는 같은 날 회람 초안을 통해 "첫 원전은 경쟁입찰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며, 민간 투자 유치와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다.
에너지부 초안에 따르면, 배전회사(Distribution Utilities)는 첫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별도의 경쟁입찰 없이 직접 계약할 수 있다. 첫 원전은 '국가 중요 에너지 사업'으로 자동 지정돼 인허가와 행정 절차가 크게 줄고 신속 처리 혜택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보장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에너지부는 이번 정책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마이크로모듈원자로(MMR), 부유식 원전(FNPP) 등 다양한 신기술 도입과 민간 투자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방침이다. SMR은 최대 300메가와트(MW), MMR은 최대 10MW 용량의 장치로, 상업적 개발과 운영이 허용된다. 필리핀 정부는 2032년까지 1,200MW, 20352,600MW, 20504,800MW의 원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원전이 들어서면 멀리보아 전기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고, 에너지 규제위원회(ERC)는 원전 특성에 맞는 장기 요금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투명성·공정성 훼손" 우려... 싱크탱크 "재생에너지 1,200GW 잠재력, 원전보다 안전"
이 정책에 대해 지속가능성 싱크탱크인 에너지·생태·개발센터(Center for Energy, Ecology, and Development, CEED)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CEED는 지난 3일 성명을 내 "경쟁입찰(CSP) 면제는 소비자에게 가장 싼 전기를 보장하고 투명성과 책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CEED 전무 이사 제리 아란세스(Gerry Arances)"CSP는 배전회사가 두 번 이상 입찰을 요청하고 나서야 발전사와 전력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실사나 소비자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위험한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란세스 전무 이사는 "필리핀은 자연재해에 매우 약한 나라"라며, 원자력발전의 환경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필리핀은 약 1,200기가와트(GW) 잠재력을 가진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며, "위험하고 값비싼 기술에 기대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토착 에너지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CEED"전력산업개혁법(Electric Power Industry Reform Act, EPIRA)은 배전회사가 가장 싼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며, 경쟁입찰로 선정해야 한다고 정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 규제청 설립·법적 기반 강화... 민간기업 투자 관심, 정책 초안 9월 확정 목표

필리핀 의회는 이달 초 '필리핀 국가 원자력 안전법(Philippine National Nuclear Energy Safety Act)'을 비준해, 원자력 규제기관인 '필리핀 원자력 규제청(Philippine Atomic Energy Regulatory Authority)'을 세웠다. 이로써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에 대한 안전, 보안, 보호 조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됐다. 에너지부는 "정책 초안으로 원자력 개발과 그에 따른 사업 기회에 투자자 관심을 끌고 싶다"고 밝혔다. 정책 초안은 현재 관계 부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오는 9월 최종 확정이 목표다. 메랄코파워젠(Meralco Power Gen Corp.), 아보이티즈파워(Aboitiz Power Corp.) 등 국내외 민간기업의 투자 관심도 높다. 업계에서는 "한국, 미국 등과 기술협력과 타당성 조사도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부는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는 24시간 가동하는 기저부하 발전소로 보고, 어떤 원자력 기술이든 시장에 우선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에너지부 문서에는 "원자력을 에너지 공급원에 넣는 과정에서 송전선과 시설의 건설, 개선, 계획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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