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 기업 퀄컴과 차량용 반도체분야에서 첫 협력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인공지능(AI)을 필두로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탈환해 주요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4X'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삼성전자의 메모리가 탑재될 퀄컴의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는 퀄컴이 2021년 처음 공개한 자동차용 플랫폼이다.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콕핏 △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퀄컴의 주요 사업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퀄컴의 주요 신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삼성전자는 이 솔루션에 최대 32GB(기가바이트) LPDDR4X를 공급해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공급하게 될 LPDDR4X는 저전력에 특화된 제품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사용환경을 고려해 온도와 진동 등 높은 수준의 요구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LPDDR4X 제품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차량용 반도체 품질 기준인 'AEC-Q100'을 충족해 영하 40℃에서 영상 105℃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LPDDR5도 올해 양산을 시작해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의 제품 공급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선두탈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44%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에 밀려 32%로 2위에 머물러 있다.
차량용 플랫폼에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D램이 필수적으로 퀄컴은 AP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양사가 힘을 합친다면 시장의 주도권을 빠르게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하고 전 세계 차량용 D램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 평균 16% 이상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73억6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덕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삼성전자는 경쟁력 있는 메모리 설계 및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에 최적화된 차량용 D램·낸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며 “퀄컴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전장 업체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성장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2025년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