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지난 20여 년 사이에 처음으로 '양적 긴축(QT)' 공조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0~0.1%에서 0.25%로 올리면서 양적 긴축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월 6조 엔 정도 국채를 매입했지만, 분기별로 4000억 엔씩 줄여 2026년 1분기까지 월 3조 엔 정도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00조 엔에 달하는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규모는 7~8%가량 줄어든다.
이 통신은 “일본은행의 가세로 미국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의 영란은행이 모두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추진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연준은 현재 매달 보유자산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상환하고 재투자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다른 구매자들이 흡수해야 할 시장 내 채권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르는 측면이 있다. 연준이 양적 긴축 규모를 줄이면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 간 양적 긴축 협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양적 긴축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향후 몇 개월 사이에 이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최근 양적 긴축 종료의 핵심 주제인 통화정책 시행과 지급준비금 잔액에 대한 일련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를 연준이 QT 프로그램 종료에 임박해 내놓은 일종의 신호로 해석했다. TD 증권도 “뉴욕 연은이 QT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QT를 끝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은행의 마크 카바나 미국 금리전략가는 "QT가 올해 말이나 내년 1~3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상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너무 많이 축소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압력과 유동성 우려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지난 5월 FOMC에서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하기로 했었다. 기관 부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에 대한 월 상환 한도는 350억 달러로 유지해 월 QT 목표 금액은 95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제프리 슈미드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2일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CNBC와 한 인터뷰에서 QT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더 지속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준이 이미 보유자산 규모를 약 1조7000억 달러(약 2353조6500억원) 감축했지만, 금융기관이 충분한 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중히 축소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ECB는 이때 7월부터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만기채권 재투자를 월평균 75억 유로(약 11조2000억원)씩 줄여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팬데믹 이전 양적 완화 수단인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의 만기채권 재투자는 지난해 7월 중단됐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 2년여 동안 대차대조표 축소를 해왔고, 당분간 이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이제 막 QT를 시작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