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31일 정책결정회의를 통해 15년여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엔화 변동성이 확대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날 일본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공격적인 조치를 통해 금리를 인상하고 월간 일본 국채 매입량을 줄인 직후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으나 이내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 예고한 장기 국채 매입액 감축과 관련해 기존 월간 6조 엔(약 54조3000억원)에서 2026년 1분기에 절반 수준인 3조 엔(약 27조2000억원)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올해 3월 말 시점에 국채 발행 잔액의 53%를 보유하며 장기금리를 사실상 조절해 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함께 장기 국채 매입 축소도 발표하면서 '양적 긴축'으로의 전환도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는 이에 "일본 경제는 '금리 있는 세계'로 한 걸음 더 발을 들여놓는다"며 "일본은행이 강한 영향력을 미쳐온 채권시장은 '금리가 움직이는 세계'로 단계적으로 회귀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 인해 일본 엔화는 약 151.50엔까지 강세를 보이다가 일본은행의 결정 이후 약 153.80엔까지 하락하는 등의 변동성을 보였다. 30일에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와 분석에 따라 약 155엔에서 31일 오전 152엔 수준까지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이달 초순 엔화 약세로 엔·달러 환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인 161엔대까지 오르는 등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엔저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엔저의 주요 요인으로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꼽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긴축정책이 완화되고 금리가 인하돼 일본과의 금리차가 더 좁혀진다면 엔화 변동성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일본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요구한 사람 중 한 명인 홍콩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노이만은 "일본의 현지 소비는 여전히 약간 약하지만 임금 상승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인플레이션 수치도 여전히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JP모건 증권의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 후지타 아야코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실질 소비는 2024년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악화되었지만, 최근 월간 데이터는 8월 중순에 발표될 2분기 GDP 기준 소비가 플러스 증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며 현재의 금리 인상이 타당한 근거로 인해 진행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력 환헤지 수단으로 여겨져 왔던 엔화의 변동성이 시장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일학개미’들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이날 도쿄에서 열리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뉴스 브리핑에 주목하며 중앙은행의 다음 행보에 대한 힌트를 찾을 것”이라며 “이후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성명에서 다음 금리 인하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 주목하게 될 전망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