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대신 5년 계약... 삼성·SK하이닉스 '슈퍼 사이클' 결정적 증거"
가트너 "메모리 지출 2160억→6330억 달러"…3배 폭증 근거 나왔다
낸드·HBM 장기계약 전환 확인…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가트너 "메모리 지출 2160억→6330억 달러"…3배 폭증 근거 나왔다
낸드·HBM 장기계약 전환 확인…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들고 있는 국내 투자자라면 지금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AI 반도체 랠리에서, 올라탈 것인가 내릴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얻으려면 다음 정보에 주목하면 유익하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Motley Fool)이 지난 7~8일(현지시각) 사흘 연속 발표한 반도체 분석 리포트 3편은 이 질문에 수치로 답한다. 핵심 논거는 세 가지다. 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확인한 메모리 지출 3배 팽창 ② 낸드·D램 고객의 단기 현물 구매에서 다년 장기계약으로의 전환 ③ 에이전틱 AI 확산이 촉발한 추론용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확대다. 세 논거의 수혜 정점에 한국 메모리 빅2가 자리한다. 이것이 월가에서 내린 진단이다.
가트너 발(發) 충격 수치…메모리만 2160억→6330억 달러
모틀리풀이 8일 발표한 AI 칩 종목 분석에서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 매출이 1조 3200억 달러(약 19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64% 급증한 규모다. 그 중에서도 메모리 부문 지출은 2160억 달러(약 316조 원)에서 6330억 달러(약 927조 원)로 3배 가까이 불어난다. 반도체 업종 전체 성장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속도다.
모틀리풀은 이 수치가 말하는 본질을 이렇게 짚었다. "AI 데이터센터들이 추론 연산에 필요한 저장 공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공급 증설 속도를 구조적으로 앞지른다.
이 진단은 이미 기업 실적에서 가시화됐다. 낸드 전문 기업 샌디스크(Sandisk)는 지난 3월 마감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1% 급증한 59억 5000만 달러(약 8조 7100억 원)를 기록했다. 주당 조정 이익은 23.41달러로, 1년 전 0.30달러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더 주목할 대목은 계약 구조의 변화다. 모틀리풀은 "AI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현물 구매에서 장기 공급계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분석했다.
샌디스크가 따낸 420억 달러(약 61조 5500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들이닥칠 '확정된 미래'의 예고편이다. 그간 메모리 업황을 괴롭혔던 '재고 덤핑' 시대가 끝나고, 이제 고객사가 먼저 매달리는 '선점형 장기 공급' 체제로 판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낸드 시장의 향방을 고려할 때, 샌디스크의 기록적 흑자 전환은 곧 한국 반도체 빅2의 '실적 폭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신호다.
TSMC 이익률 50% 돌파…브로드컴 "2027년까지 10GW 증설"
7일 리포트는 파운드리와 맞춤형 칩 공급망을 집중 조명했다. 대만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 늘고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섰다. 경영진은 연간 30% 이상 성장을 공언하면서 "에이전틱 AI가 토큰 생성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반도체 수요의 새 파고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 개입 없이 스스로 계획·실행·반복하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다. 추론 반복이 늘어날수록 처리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메모리 수요를 추가로 끌어올린다.
브로드컴의 공개 수치는 더 직접적이다. 구글·앤스로픽·메타·오픈AI 등 주요 고객 6곳이 2027년까지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신증설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10GW는 원자력발전소 10기 발전량에 맞먹는다.
모틀리풀은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는 맞춤형 AI 칩(XPU) 수요가 본격화됐고, 브로드컴이 이 전환의 최대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인텔 역시 데이터센터·AI(DCAI)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51억 달러(약 7조 4700억 원)를 기록하며 "AI 칩 수요가 생산 능력 확충 속도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을 이끌어냈다.
"ETF 수익률 이끈 건 삼성·SK하이닉스"…월가 자금 행선지 확인
모틀리풀의 AI 상장지수펀드(ETF) 분석은 자금의 실제 행선지를 드러냈다. 이 매체는 "글로벌X AI ETF의 최근 초과 성과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메모리 칩 주식 급등에 기인한다"고 명시했다. 월가 투자 자금이 AI 인프라 수혜주를 고를 때 한국 메모리 기업을 최우선에 놓고 있다는 확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79%를 장악한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용 HBM4E 코어 다이 웨이퍼를 GTC 2026에서 공개했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 플랫폼 전용 SOCAMM2 메모리 모듈 양산에 돌입했다.
다만 반론도 직시해야 한다. 첫 번째 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특히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로 상징되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은 불가피하다. 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핵심인 전력비용 상승을 초래해,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 속도를 늦추는 단기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중국이다. CXMT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구공정(Legacy) D램 물량 공세도 주시해야 한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한국이 독점하고 있지만, DDR4 등 범용 제품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물량이 쏟아질 경우 삼성과 SK의 기초 수익성에 균열을 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고급 칩 매출 비중이 범용 제품의 이익 감소분을 얼마나 압도하는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그랜드뷰리서치가 내놓은 글로벌 AI 시장 연평균 성장률 30.6%(2033년까지) 전망도 수요가 공급 확장 속도를 앞지른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될 때만 유효하다.
이제 투자자라면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①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이 2분기 이후에도 유지되는지 ② HBM 단가와 장기계약 비중이 늘어나는지 ③ 샌디스크형 '장기계약 전환' 흐름이 삼성·SK하이닉스에서도 수치로 확인되는지다. 월가가 한국 메모리 기업을 '지금 사야 할 종목'으로 지목한 근거는 결국 하나다. 공급이 아무리 늘어도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