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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기대 인플레와 금리인상 피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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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인플레이션의 역습과 금리 인상의 공포: ‘피벗’ 환상에서 깨어날 시간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김대호

1. 인플레이션 폭탄: 심리적 임계치를 넘어선 3.6%의 경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금 거대한 불확실성의 파고에 직면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6%로 급등하면서 시장이 간절히 기다려온 ‘금리 인하’의 서사는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단순히 통계학적 수치가 아니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심리적 확신이며, 기업의 가격 결정과 가계의 소비 행태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선행 지표다.

3.6%라는 수치는 연준의 관리 목표치인 2%를 무력화하는 수준이며, 대중의 마음속에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다시금 뿌리내렸음을 의미한다. 물가는 통계보다 심리가 먼저 움직인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되면 노동자는 실질임금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기업은 이를 생산 비용에 전가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은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하며 연준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 상승이 아니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엄중한 경고장이다.

2. 미국 연준의 급선회: ‘금리 인하’에서 ‘추가 인상’으로 패러다임 전환


시장은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을 바라보며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만 매몰돼 있었다. 그러나 3.6%라는 기대인플레이션 폭탄은 논의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질문은 ‘언제 내릴 것인가’가 아니라 ‘다시 올려야 하는가’로 회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며,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역사적 저점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경제가 침체 신호를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심리만 자극되는 것은 연준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시나리오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다. 고용이 무너지지 않는데 물가가 고개를 든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사라진다. 오히려 월가의 거물들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는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를 넘어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완전히 끄기 위한 마지막 ‘금리 인상 폭탄’이 투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점이다.

3. 금리 인상 기조 변화가 가져올 거시경제적 타격


금리 인상 기조로의 급선회는 자본시장에 차디찬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금리는 자본의 가격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유동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자산 가격의 전면적인 재평가(Re-pricing)를 의미한다.

첫째, 가계와 기업의 부채 상환 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한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에 이미 체력이 소진된 경제주체들에게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실질적인 파산 위협으로 다가온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대출자들에게는 재난 수준의 타격이 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투자 위축이다. 자본조달 비용의 상승은 기업들로 하여금 신규 투자를 철회하게 만들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기 둔화의 고착화를 야기한다.

셋째,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

4. 환율 발작과 글로벌 통화 전쟁의 심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변화는 필연적으로 달러화의 초강세를 부추긴다. 미·일 금리차 확대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배경에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비동조화가 자리 잡고 있다. 환율은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성적표다.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환율 발작’은 수입물가 상승을 유도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지금의 상황은 각국 중앙은행들에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자국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미국의 금리가 오르거나 유지되는 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버텨야 하는 ‘강요된 긴축’의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속도를 늦추고 국가 간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5. 전략적 방어와 뉴 노멀(New Normal)


우리는 인플레이션 폭탄의 도화선이 다시 타들어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3.6%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제 막연한 금리 인하의 희망 회로를 돌리는 단계는 지났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고물가-고금리’라는 새로운 표준, 즉 뉴 노멀을 수용하고 이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짜는 것이다. 연준의 정책 급선회는 글로벌 경제의 모든 질서를 재편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부실한 자산과 체력이 약한 경제주체는 도태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라는 두 마리 야수가 다시 날뛰기 시작한 지금 새로운 전략으로 이 거대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경고를 무시했을 때 현실이 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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