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본 메이저 경제언론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이란 간 군사적 충돌 등의 영향으로 원유 거래를 중심으로 중국 위안화 결제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중국의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CIPS)을 이용한 무역 분야 결제액은 1조 4600억 위안으로 전월 대비 50% 증가했다. 5년 전인 2021년 3월과 비교했을 때 3배 늘어난 규모다. 위안화 결제 확대의 가장 큰 요인은 이란과 러시아의 비달러 결제 수요이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유조선 등 선박에 통항료 지급을 요구했다. 이란 측은 해협 통항료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와 중국 위안화를 지정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제재로 달러화 결제가 어려운 이란으로선 위안화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우호국'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 등의 선박이 이란으로부터 통항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결제는 다른 산유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올 3월 석유 거래에선 위안화 결제 비율이 41%에 달했다. 같은 시기 사우디 국유 대형 은행 2곳도 CIPS에 가입했다. 러시아 역시 위안화 결제 확대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러시아 주요 은행들은 미국·유럽으로부터 금융 제재를 받아 국제은행 간 통신망(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됐다. 이에 달러·유로화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러시아는 루블·위안화 결제를 중시해 왔다고 닛케이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8월 중국 신화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 결제는 거의 완전히 자국 통화로 전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원유·천연가스를 중국에 팔아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능력을 유지하는 재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15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CIPS를 출범시켰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 등 전 세계 1700곳 이상의 금융기관이 이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올 4월 초 CIPS의 하루 평균 결제액이 사상 최고인 1조 2200억 위안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위안화 수요 증가는 환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일례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보다 올랐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악화가 예상되는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중국 당국은 노골적으로 비달러 결제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4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결제 실증 실험도 시작했다. 이는 기업 간 무역·금융결제에 달러 대신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금융 강국' 건설과 위안화 국제화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시작한 제15차 5개년(2026~30년) 계획에도 "국제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이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CIPS의 탄생과 팽창금융은 현대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칭 무기다.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한 것은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선 ‘금융 핵공격’과 같다.전 세계 1만 1,000개 금융기관을 잇는 SWIFT는 그간 중립적 기구로 인식되어 왔다.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서방의 강력한 통제 수단임이 입증되었다. 중국은 이에 맞서 2015년 CIPS를 구측했다. 시진핑의 금융굴리 프로젝트중 가장 두드러진 대목이다. CIPS는 미국의 금융지배로 부터 자국의 경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 방공호’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이란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CIPS로 대거 유입되면서 결제액과 참가 기관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IPS와 SWIFT는 기술적 또는 구조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작동 원리도 확연하게 다르다. CIPS의 강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위안화 자금을 실시간으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 있다. 이는 제재 상황에서도 SWIFT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동에서 위안화가 부상한 것은 중국의 자발적 노력보다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가속화된 측면이 크다.SWIFT에서 퇴출당한 러시아는 무역 결제의 상당 부분을 위안화로 전환했다. 중-러 무역의 90% 이상이 달러 없이 결제되고 있다. 이는 CIPS 거래량 폭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들이 원유 결제 대금으로 위안화를 수용하기 시작한 것도 달러 패권의 근간인 ‘페트로 달러’ 체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란과의 긴장 고조 및 중동 분쟁은 뜻하지 않게 미국 주도의 금융 질서에 대한 불신을 키우며 CIPS 가입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CIPS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높은 벽이 존재한다. 중국 위안화가 진정한 기축통화가 되려면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금융 안정을 위해 환율과 자본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자유'가 거세된 통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SWIFT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을 연결하는 압도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CIPS가 급성장 중이라 해도 전체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투명성의 문제: 국가가 운영하는 결제망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언제든 불투명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불신이 잠재되어 있다. 금융은 결국 '신뢰'의 산물이다. 국제 금융 질서는 이제 '달러 일극'에서 '달러와 위안화의 이극 체제' 혹은 '블록화'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e-CNY)와 CIPS를 결합하여 SWIFT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금융 실크로드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달러 기축통화 제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니지만 영향력은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