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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의 QT가 온다"… 美 재무부, 1288조 유동성 방어선 구축

세금이 내 금리를 올린다? 미 재무부가 꺼내든 'TGA 레포'의 정체
세금이 걷힐수록 시중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이게 무슨 뜻인지 따져보면 이렇다. 납세자가 세금을 내면, 그 돈은 시중 은행을 거쳐 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은행에 있던 돈이 정부 금고에 잠기는 것이다. 돈이 잠기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기업과 개인이 돈을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금이 걷힐수록 시중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이게 무슨 뜻인지 따져보면 이렇다. 납세자가 세금을 내면, 그 돈은 시중 은행을 거쳐 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은행에 있던 돈이 정부 금고에 잠기는 것이다. 돈이 잠기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기업과 개인이 돈을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금이 걷힐수록 시중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이게 무슨 뜻인지 따져보면 이렇다. 납세자가 세금을 내면, 그 돈은 시중 은행을 거쳐 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은행에 있던 돈이 정부 금고에 잠기는 것이다. 돈이 잠기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기업과 개인이 돈을 빌리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지금 미국에서 이 일이 정확히 벌어지고 있다. 5월 납세 시즌을 맞아 미국 정부 금고인 TGA(재무부 일반계좌) 잔고가 8790억 달러(1288조 원)까지 불어났다. 미 연준(중앙은행) 전체 자산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거금이 그대로 잠겨 있으면 시중 단기 자금 시장이 말라붙는다.

이에 미 재무부 자문기구인 TBAC(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는 지난 6(현지시각) 이 잠긴 돈을 '레포 시장'에 풀어 운용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했다고 7일 로이터가 전했다.

레포 시장이 뭔데… 이게 막히면 내 대출 금리가 왜 오르나


레포 시장은 은행과 증권사가 하루 단위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초단기 자금 대여 시장'이다. 금융 시스템의 혈관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매일 쓰는 신용카드 결제도,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월급도, 결국 이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야 차질 없이 이뤄진다.

이 시장에서 돈이 마르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199월 실제로 벌어진 일이 있다. 당시 단기 자금 시장에서 갑자기 돈이 부족해지면서 레포 금리가 단 하루 만에 연 10%까지 폭등했다. 평소보다 서너 배 뛴 것이다. 금융 시스템 전체가 패닉에 빠진 '2019년 레포 사태'. 당시 연준이 긴급 자금을 쏟아부어 겨우 진화했다.

지금 그 위험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해 3월 공개 연설에서 "단기 자금 완충 역할을 하던 역레포 잔고가 사실상 소진됐다. TGA가 더 불어나면 은행 지준(준비금)이 임계 수준 아래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도 지난해 연구보고서에서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돼 정부가 다시 빚을 내기 시작하면, 한 달 안에 레포 금리가 0.20~0.30%포인트 더 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재무부 자문기구 "써야 할 돈이 잠자고 있다"… 조건부 권고의 속내


TBAC는 이번 검토에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조건부 권고'를 내놨다. 위원회는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재무부가 잉여 현금을 하루짜리 레포 대출로 운용하면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효과가 압도적으로 크지는 않으며, 프로그램 설계를 더 연구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루짜리 레포 금리인 SOFR(담보부 익일물 조달금리)는 연 3.62%. 연준이 은행에 지급하는 이자율(IORB) 3.65%보다 0.03%포인트 낮다. 재무부 입장에서 당장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TBAC는 연준의 특수한 회계 처리 방식을 감안하면 이 구조에서도 플러스 수익이 가능하다고 봤다. 거래 상대방 선정, 운용 빈도, 부채 한도와의 충돌 여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새 연준 의장 워시가 '긴축 가속' 예고… 그래서 지금 이 논의가 더 중요하다


이 논의가 지금 이 시점에 부상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는 15일 취임하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내정자는 '연준 자산 축소(양적긴축, QT)'를 핵심 전략으로 예고하고 있다. 연준이 자산을 팔면 시중에 풀렸던 돈이 연준 금고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대출 가능한 자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워시 내정자가 지표에 따른 '공격적 양적긴축(QT)'을 예고함에 따라, 시장의 유동성 보루인 은행 지준(Reserves)이 예상보다 빠르게 말라붙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연준은 이미 2021년부터 긴급 대출 창구인 '스탠딩 레포 퍼실리티(SRF)'와 해외 중앙은행 전용 긴급 창구(FIMA 레포)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매달 250억 달러(366300억 원)어치 채권을 사들이는 지원 프로그램(RMP)도 가동 중이다. 여기에 재무부까지 레포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자로 나선다면, 안전망이 이중으로 깔리는 것이다.

재무부 입장에서 이 방식의 매력은 단순하다. 하루 빌려주고 다음 날 돌려받는 구조라 원금을 잃을 위험이 사실상 없다. 시장 입장에서는 "언제든 재무부가 들어온다"는 믿음 자체가 금리를 안정시키는 보험 역할을 한다.

지금 당장 봐야 할 지표 3가지


이 구상이 실제로 이뤄질지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TGA 잔고다. 현재 8790억 달러인 잔고가 세금 환급과 정부 지출 확대로 줄어들면 시장 압박도 함께 완화된다. 둘째, SOFRIORB의 격차다. 두 금리의 역전 폭이 커질수록 레포 시장 경색 위험이 높아지고, 재무부 프로그램이 가동될 논리도 강해진다. 셋째, 워시 연준 의장 취임 후 자산 축소 속도다. 축소가 빨라질수록 재무부의 역할은 더 커진다.

이란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물가 재상승 우려가 금리 시장을 짓누르는 지금, 단기 자금 시장의 마지막 방어선이 '연준 혼자'에서 '연준과 재무부의 이중 체계'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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