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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더 무서운 관세폭탄 "통상법 301조'

트럼프 글로벌 관세 무효 판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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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글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만능주의'가 법적 암초에 부딪혔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10% 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임시방편으로 꺼내 들었던 무역법 122조마저 법원의 철퇴를 맞은 것이다.문제는 그 다음이다. 벼랑 끝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는 '임시방편'이 아닌, 미국 통상법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무역법 301조'라는 전면적인 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CIT 판결의 핵심은 1974년 제정된 무역법 122조의 적용 요건이 현대의 변동환율제 하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데 있다.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나 달러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0일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법원은 이 조항이 과거 금본위제 시절의 금융통화 위기 상황을 상정한 것이며, 현재처럼 유연한 환율 조정이 가능한 경제 구조에서 '전면적 관세'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급하게 빌려온 낡은 방패가 결국 부러진 셈이다.

무역법 122조 위법 판결이 곧 '트럼프의 패배'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트럼프가 글로벌관세보다 더 센 무역법 301조(통상법 301조)를 빼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법301조는 우선 관세율의 상한선이 없다. 122조가 10~15% 수준의 임시 관세에 그쳤다면, 301조는 조사 결과에 따라 25%, 50%, 심지어 1000% 이상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적용 기간의 제약도 없다. 150일이라는 시한 폭탄을 안고 있던 122조와 달리, 301조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판단에 따라 무기한 지속될 수 있다. 공격 범위가 무한하다. 특정 품목을 넘어 해당 국가의 전체 수출품을 겨냥하거나, '환율 조작', '강제 노동', '불공정 보조금' 등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논리를 앞세워 국가 전체를 압박할 수 있다.
이미 미국 USTR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과잉 생산과 불공정 관행에 대한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법원이 지적한 '형식적 요건 부족'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법적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무역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미국 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법론의 진화'를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는 법원이 자신의 권한을 제한하려 할 때마다 더 극단적인 법령을 찾아내거나, 의회를 압박해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트럼프에게 '관세'는 포기할 수 없는 정치적 카드다. 법원이 122조를 막았다면, 그는 이제 301조라는 거대한 해머를 들고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철강 산업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가 다음에 던질 돌이 어디를 향할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ㅌ럼프는 단순히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미국의 핵심 이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는데에 열성이다. 301조 조사는 '불공정 관행'을 타깃으로 한다.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과 노동 관행, 보조금 정책이 미국의 법적 잣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정교한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10%의 글로벌 관세가 예고편이었다면, 301조가 몰고 올 폭풍은 본편이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된 이 잔혹한 통상 전쟁의 서막에서, 감성적 안도감을 버리고 차디찬 이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더 무서운 놈이 오고 있다. 그 이름은 바로 '301조'다. 미국 통상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는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인해 미국의 통상 이익이 침해당했을 때,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보복 조치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일본의 경제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미일 반도체 협정 등을 이끌어내며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촉발한 결정적 도구였다. 그 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독자적인 보복은 '일방주의'라는 비판 속에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도 WTO 제소 절차를 따랐습니다. 2018년, 트럼프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301조를 부활시켰다. 이는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미-중 패권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무역법 122조는 관세율 인상 폭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기간도 일시적이다. 반면 301조는 관세율을 100%까지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역 제한, 투자 제한 등 관세 이외의 강력한 보복 수단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대국의 숨통을 완전히 조일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무기이다. 301조의 가장 무서운 점은 미국이 스스로 '검사'이자 '판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WTO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미 무역대표부(USTR)의 자체 조사만으로 보복 시점과 수위를 결정한다. 제 규범보다 미국의 국내법을 우위에 두는 것으로, 상대국 입장에서는 국제기구에 호소할 틈도 없이 즉각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122조가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산탄총'이라면, 301조는 특정 산업을 정밀 조준하는 '스나이퍼 건'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특정 보조금 정책이 문제라고 판단되면, 보조금과 무관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자동차, 반도체 등) 전체에 보복을 가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국가 내에서 산업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내포하고 있다.

.글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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