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면서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6월부터 보유 중인 미국 국채의 월간 감축 한도를 기존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줄여 증권 보유량 축소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성명은 이어 "기관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은 월 350억 달러로 유지하고, 이 한도를 초과한 상환 원금을 미국 국채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는 연준이 미국 국채의 월간 감축 한도를 6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 정도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규모는 시장의 예측보다 통화 완화 정책을 더 강화했다는 의미다. 연준은 2022년부터 월간 감축 한도를 600억 달러로 유지해 왔다. 연준은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함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면서 고금리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냉각을 막으려고 시중에 통화 유동성을 늘리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 3월 19~20일 열린 FOMC 회의에서 2017∼2019년 실행됐던 양적 긴축(QT)의 종료 당시 경험을 고려해 추가적인 대차대조표 축소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 접근을 보았다. 연준이 4월 10일 공개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이 자산매각 속도를 ‘조만간’ 늦추기 시작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면 고금리 장기화와 유동성 감소에 따른 급속한 경기 위축을 막는 효과가 난다. 연준은 금리와 통화량 조정을 별도의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연준이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면 실질적으로 다른 구매자들이 흡수해야 할 시장 내 채권 공급이 늘어나 금리가 오르는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양적 긴축 규모를 축소하면 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연준은 7조7000억 달러의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보유 자산을 매월 약 800억 달러씩 계속 축소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해 6월에 양적 긴축을 시작했다. 연준은 공개시장 계정(SOMA)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22년 6월 이후 첫 3개월은 월간 475억 달러(국채 3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175억 달러)가 축소됐고, 그해 9월부터는 그 규모가 월간 950억 달러(국채 6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 달러)로 늘어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