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업계가 경제계의 정치자금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 언론매체 액시오스는 22일(현지시각) 소비자 옹호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기업이 제공한 정치자금의 절반가량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퍼블릭 시티즌은 올해 기업이 정당이나 정치행동단체(PAC)에 낸 기부금이 2억4800만 달러(약 3330억6000만원)가량이고, 이 중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낸 기부금이 1억1920만 달러로 약 4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자금 지출액은 2020년에 520만 달러, 2022년에 460만 달러에서 2024년에 1억1920만 달러로 증가했다. 가상자산 업계가 결성한 정치행동단체인 페어셰이크(Fairshake)는 현재까지 2억2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가상자산 업계 정치자금 중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기업이 낸 금액이 1억14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인기 암호화폐 리플(Ripple)을 운영하는 스테이블 코인 업체 XRP가 최대 정치자금 기부자라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두 업체는 코인 거래 관련 규제 해제를 위한 정부·의회 로비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 기업들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선거자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지만, 페어셰이크는 공화당과 민주당 진영에 모두 정치자금을 내고 있다. 이 단체는 오는 11월 5일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9명, 민주당 후보 9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화폐 시장 지지를 얻으려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가상화폐 산업 성장을 돕는 정책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이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규제 완화를 공약한 트럼프를 지원해 왔다.
해리스 캠프는 FTX 등 대형 업체들이 파산을 겪은 가상화폐 산업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해리스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며 가상자산 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트럼프는 현재 수십억원어치의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공개한 공직자 후보 재산 명세에 따르면 그가 100만∼500만 달러(약 13억5000만∼67억7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 지갑과 '가상 이더리움 키'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더리움 매수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또 대체불가토큰(NFT) 라이선스 계약으로 720만 달러(약 97억5000만원)의 수입을 거뒀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에는 가상화폐 업계의 대규모 행사인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비트코인을 전략적인 국가 자산으로 보유하고,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