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이 11월 발효가 임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는 미국에 이은 조치이며, 중국의 전기차 주요 시장인 동남아에서도 중국 전기차 수입 확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의 세계 시장 진출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EU 무역 집행위원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는 EU 회원국들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이를 기꺼이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존 10% 관세에 더해 최대 37.6%의 추가적 관세가 부과될 것임을 의미한다.
EU의 결정은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로 설명되지만, 중국과 무역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중국은 이미 EU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바 있다.
EU 27개 회원국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11개국이 찬성, 4개국이 반대, 9개국이 기권한 가운데, 특히 독일의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중국이 독일 자동차 산업의 주요 시장인 만큼 독일은 관세 부과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어, 향후 독일의 결정이 EU의 최종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며, 이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와 녹색전환 속도 둔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향후 주목할 점은 중국 기업의 대응 전략이다. 일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EU 내 공장을 설립해 관세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유럽 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 측면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EU 위원회에서는 최소한의 제조 과정이 EU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번 조치로 인해 수혜를 볼 기업들은 주로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자동차 기업들과 르노, 스텔란티스 같은 유럽 기업 시장점유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BYD·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의 반응은 강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돼지고기와 주류 등 EU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시사한 바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대응 역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의 유럽 내 투자 확대나 기술 협력 강화 등 우회 전략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은 한국의 배터리 및 자동차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기업들의 EU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EU 내 생산비용 상승과 규제 강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EU의 환경 및 노동 기준 준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이에 따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현지화 전략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EU-중국 간 무역갈등 심화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한국 기업으로 확대될 위험,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정책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생산 및 조달 전략 변화, 그리고 중국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경영환경 악화 등이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EU 시장에서의 기회를 활용하면서도, 변화하는 규제 환경과 시장 동향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