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든 가운데 이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말들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지적들이 분분한 가운데 다음 달 18일 FOMC까지 기다렸다가는 경제를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 중간에 연준이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시걸 "긴급 금리 인하 불가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재무학과 명예교수인 제러미 시걸은 5일 연준에 0.75%포인트 긴급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시걸은 2일 발표된 미국의 실망스러운 고용동향 지표로 볼 때 연준이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0.75%포인트 긴급 금리 인하에 이어 연준이 9월 FOMC에서 추가로 0.75%포인트를 더 낮춰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시걸은 이렇게 금리를 1.5%포인트 낮추는 것이 '최소한'의 조처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 영향력이 막강한 시걸의 이날 발언은 금융시장이 미 경기침체 우려 속에 5일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시걸은 연준 기준금리가 지금의 5.25~5.5%에서 3.5% 또는 4% 사이로 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Sahm)의 법칙
노동부의 7월 고용동향은 경기침체 우려를 급속히 확산시켰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전월비 0.2%포인트 상승해 4.3%를 기록한 것이 그 방아쇠였다.
이른바 '삼(Sahm)의 법칙' 패닉을 부른 것이다.
삼의 법칙은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로디아 삼이 2019년 연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자고 제안한 것으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전년도 3개월 평균 실업률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이를 경기침체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5~7월 실업률 평균은 4.13%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 3.6%에 비해 0.53%포인트 높다.
삼의 법칙을 따르자면 미 경제는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1987년 이후 긴급 대응, 단 7회
1987년 10월 이른바 '블랙 먼데이' 주식시장 붕괴 이후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또는 인상 주기는 지금껏 단 7회에 불과하다.
10월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한 연준은 이듬해 1월 다시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섰다.
연준의 그다음 긴급 금리 인하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 그리고 걸프전 당시였다.
연준은 1990년 7월부터 1992년 9월까지 수차례 긴급 FOMC 회의를 열어 금리를 낮췄다. 당시 연준은 관련 기자회견이나 성명 발표도 하지 않았다.
1998년 10월에는 '경제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있던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붕괴에 따른 시장 패닉에 대응해 금리를 5.25%에서 5.00%로 긴급 인하했다.
연준은 2001년 닷컴 거품 붕괴와 9·11테러에 대응해 두 차례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또 2008년 1월과 10월에도 주택시장 붕괴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해 두 번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섰다.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2020년 3월 3일, 3월 15일 두 차례 긴급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도 했다.
1994년 4월에는 긴급 금리 인상이 단행된 바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해 당시 기준금리를 3.5%에서 3.75%로 긴급 인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