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9월 금리인하 예고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폭락했다.
미 고용 둔화, 제조업 둔화를 가리키는 지표들이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한발 늦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 둔화
파월 의장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고용, 제조업 지표들이 미 경제 성장세에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는 46.8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6월 지수 48.5에 비해 1.7%포인트 낮았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활동 둔화를 가리킨다. 자사 사업이 나아졌다고 답한 제조업체들이 절반도 안 되는 46.8에 그쳤다는 것을 가리킨다.
ISM 회장 티머시 피오레는 "기업들이 연준 긴축 정책 등 여건 악화로 자본 투자와 재고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지표도 미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24만9000명으로 1주일 전 23만5000명에 비해 1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 규모다.
또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업자 수 역시 늘어 202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민간 집계에서도 고용 둔화가 확인됐다.
고용서비스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조사에서는 지난달 기업들의 해고 발표 규모가 7월 기준으로는 2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9월 인하, 늦다
이전에는 지표 악화가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연준이 이미 9월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지표 악화는 미 경제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연준의 9월 0.25%포인트 인하는 때를 놓친 늦은 금리인하이자, 인하 폭도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털 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는 ISM 제조업 지수 하락은 미 경제 여건이 둔화되고 있음을 가리키는 최신 신호라면서 연준은 9월이 아닌 지난달 31일 금리인하를 단행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악재가 악재로
르네상스 매크로의 경제 리서치 책임자 닐 두타는 1일 분석 노트에서 이제 경제지표 악화라는 악재가 시장에서도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두타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 증가, 단위노동비용 하락, 글로벌 제조업 활동의 갑작스러운 둔화는 경제지표의 지속적인 악화를 재확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두타는 경제지표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경제와 관련한 악재가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흐름에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준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지금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는 금리인하 시기가 늦어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