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고용 지표 부진 충격에 월가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및 바클레이스 등은 이날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치를 일제히 수정하면서 연준이 ‘더 일찍 더 크게(earlier for bigger)’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두 차례 이상의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하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9월과 11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씩 인하하고 12월에는 25bp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서 9월과 11월 및 12월에 각각 25bp씩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에 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전망으로 선회한 것이다.
씨티의 베로니카 클라크와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연준이 이후 2025년 중반까지 회의마다 금리를 25bp씩 인하해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3.25%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9월과 11월에 기준금리를 50bp씩 인하한 뒤 이후 모든 회의에서 25bp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페롤리는 특히 9월18일로 예정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에 연준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미 이벤트로 가득 찬 여름에 더 많은 잡음을 추가하고 싶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보고서에서는 신규 일자리 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고 실업률은 월가 예상치(4.1%)보다 높은 4.3%로 치솟았다. 실업률이 4.3%까지 오른 것은 2021년 10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처음이다.
지표 부진으로 채권시장은 연일 랠리를 질주했다. 특히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31bp 폭락한 3.84%로 떨어져 2023년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의 20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동결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나왔다.
JP모건의 페롤리는 “돌이켜 보면 연준이 이번 주에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면서 “노동시장 여건 완화가 앞으로 완만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연준은 최소한 100bp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50bp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반영했다. 시장은 연말까지 연준의 금리 인하 폭도 119bp에 달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이날 CME 그룹의 페드 워치(Fed Watch)도 연준의 9월 기준금리 50bp 인하 가능성을 58.5%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까지 50bp 인하 가능성이 2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급상승한 수치다.
당초 연준 위원들은 지난 6월에 올해 총 75bp의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연준은 어느 한 가지의 경제지표에 과잉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31일 파월 의장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및 TD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당초 예상했던 올해 9월과 12월 금리 인하 전망에 더해 11월 25bp 금리 인하 전망을 추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 보고서가 고용시장 약화를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8월 고용 지표도 악화하면 연준의 9월 50bp 금리 인하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마이클 가펜이 이끄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당초 연준이 1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제 9월로 첫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