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로자들의 5월 평균 기본급이 2.5% 상승하며 31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특히 파트타임 근로자 임금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2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 근로자들의 5월 평균 기본급이 2.5% 상승한 것은 4월 수정치 1.6%를 웃도는 수치로, 199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번 임금 상승은 기업들이 연간 임금 협상에서 제시한 대폭적인 인상안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파트타임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4.0% 상승해 정규직 근로자 상승률 2.7%를 크게 앞질렀다.
저출산·고령화로 심화하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저임금 파트타임 근로자의 임금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삿포로 메르큐르 호텔은 올해 파트타임 근로자 시급을 평균 15% 올렸는데, 이는 정규직 인상률 4%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호텔 관계자는 "구인난 시대에는 파트타임 근로자 유치를 위해 높은 임금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트타임 근로자 임금 상승은 일본 전체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노동력의 30%를 차지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구매력 향상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1.4% 하락했다. 이는 26개월 연속 하락세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실질임금 하락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임금 상승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실질임금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SMBC닛코증권의 요시마사 마루야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임금 상승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며 "실질임금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되면 소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금 상승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실질임금 상승이 지속되어야만 소비 회복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행은 물가와 임금 상승률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