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이날 0.1%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19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리핀 페소화와 인도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가운데 한국 원화도 달러 대비 1400원을 위협하는 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통화들이 일제히 큰 타격을 입었다.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시장은 일본 당국의 엔화 약세 방어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외환 당국이 모두 시장에 개입해 왔다고 추정했다.
싱가포르 소재 OCBC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미국 금리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서 아시아 통화의 회복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웡 전략가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새로운 약세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이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더 강력한 개입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유지한 뒤 올해 금리를 단 한 차례만 인하할 것으로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3월 회의에서는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게다가 연준 위원들은 6월 회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파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유보할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에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올해 들어 거의 5% 상승했다. 중국 위안화는 올해 들어 2% 넘게 하락하며 아시아 달러 지수가 올해 3% 하락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 RBC 캐피털 마켓의 앨빈 탄 전략가는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가 원화와 대만 달러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통화 약세에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튀르키예 리라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다른 주요 신흥국 통화들도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0% 넘게 하락하는 등 이머징 통화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