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일부 주주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배임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향후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가 머스크 CEO의 독단적인 결정에 따라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에 대규모로 발주한 AI 칩을 발주처인 테슬라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X와 AI 스타트업 xAI로 보낼 것을 엔비디아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머스크의 배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 테슬라 일부 소액주주들 “xAI에 몰두해 테슬라 경영 방치” 소송 제기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테슬라 이사회가 지난 2018년 승인한 머스크에 대한 파격적 성과급 지급안을 지난 1월 무효화시킨 곳이다.
법원이 문제 삼은 머스크에 대한 성과급 지급안이 이날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재차 투표에 붙여져 가결됐으나 같은 시간 일부 소액주주들은 머스크를 고소한 셈이다.
이들이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를 고소한 이유는 머스크가 오픈AI의 대항마라며 AI 스타트업 xAI를 차림으로써 테슬라 CEO로서 테슬라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바꿔 말하면 별도의 살림을 차려 거기에 몰두하는 바람에 테슬라의 경영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즉 배임을 저지라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들은 테슬라 이사회도 머스크 CEO의 거침없는 좌충우돌식 광폭 행보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등 머스크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왔다며 함께 고소했다.
◇ 머스크가 자초한 측면 다분해
그러나 이들의 소송 제기는 머스크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 때 머스크의 열렬한 지지자였고 테슬라 주주 가운데 개인투자자로서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억만장자 레오 코관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이 머스크발 리스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퇴진론까지 제기했음에도 머스크에게는 마이동풍이었을뿐 아니라 xAI를 새로 차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의결권을 확대해주지 않으면 테슬라와 손절할 수 있다는 뜻을 대놓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지분 25%를 자신이 보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주에서 텍사스주 이전 △델라웨어주 법원이 무효화한 2018년 보상 패키지의 부활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AI 및 로봇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지난 1월 X에 올린 글에서는 “25%의 의결권 없이 테슬라를 AI 및 로봇공학 분야의 선도 주자로 성장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밝혀 25%의 지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테슬라가 아닌 곳에서 제품을 만드는 방안, 즉 지난해 개인적으로 창업한 xAI라는 AI 스타트업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을 시사해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공개 협박 아니냐”는 반발을 낳은 바 있다.
테슬라 이사회도 연례 주총에 앞서 머스크의 이같은 발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결시켜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여기에다 바로 최근에는 테슬라가 주문해 엔비디아가 공급할 예정이었던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2000개를 머스크의 개인회사 X에 인도할 것을 머스크가 요구한 사실과 그가 투자 유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xAI에도 올해 말까지 10만 개의 칩을 제공해 줄 것을 엔비디아에 요구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머스크 리스크에 불만을 가졌던 소액주주들을 결정적으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