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대신 수명을 산다” 부유층 웰니스 열풍에 기록적 숙박료 경신
주식·자산 가치 상승이 견인한 소비 양극화… 실속형 호텔은 고전
주식·자산 가치 상승이 견인한 소비 양극화… 실속형 호텔은 고전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 타임즈(FT)는 호텔 시장 분석 기관 코스타(CoStar)의 자료를 바탕으로, 의류나 가방 등 일반 명품 소비는 위축됐으나 건강과 장수를 지향하는 초호화 호텔 시장은 자산가들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평균 숙박료 180만 원 시대… 가격 저항 없는 초부유층
글로벌 호텔 산업의 핵심 성장 지표인 가용 객실당 수익(RevPAR)에서 초호화(Ultra-Luxury) 등급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이는 전체 호텔 산업 평균 성장률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초호화 호텔의 하루 평균 숙박 요금은 1245달러(약 182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2024년보다 8% 이상 오른 가격이다.
가격 상승에도 객실 점유율은 오히려 2.3% 상승했다. 여행 컨설팅 기업 PC 에이전시의 폴 찰스 대표는 "팬데믹 이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요금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에 익숙해진 초부유층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위해 얼마든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고물가 탓에 지갑을 닫은 저가형 호텔 이용객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이코노미 등급 호텔 수익은 전년 대비 약 1.1% 감소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잠만 자는 곳 아니다”… 100세 시대 겨냥한 ‘장수 기술’ 도입
초호화 호텔들이 이처럼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웰니스(Wellness)’와 ‘장수(Longevity)’를 결합한 첨단 편의시설이 있다. 불가리 호텔 & 리조트의 실비오 우르시니 부사장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이제 고객들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민첩하게 사느냐에 쏠려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리 호텔은 새로운 지점에 고압 산소 테라피와 건식 부유 침대 같은 의료 수준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로코 포르테 호텔이 지난해 11월 밀라노에 개관한 ‘더 칼튼’은 저주파 진동으로 신체를 이완하는 ‘진동 사운드 베드’와 혈액 순환을 돕는 ‘프레소 테라피’ 시설을 갖췄다. 이 호텔의 하룻밤 숙박료는 기본 1400유로(약 242만 원)에서 시작하며, 최상급 스위트룸은 성수기에 1만 7500유로(약 3030만 원)에 이른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는 더 넓고 고급스러운 스위트룸을 확보하려고 전체 객실 수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자산 양극화가 낳은 숙박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자산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바클레이스의 브랜트 먼투어 분석가는 "부유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주식 시장의 혜택을 직접 누리고 있다"고 짚었다. 자산 가치가 상승한 이들이 여행을 단순한 소비가 아닌 ‘삶의 질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반면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의류, 보석 등 개인용 명품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 감소한 3580억 유로(약 619조 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물건보다는 특별한 경험과 건강 관리에 집중하는 소비 성향의 변화가 호텔 업계의 희비를 갈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 상승에 따른 품질 유지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HSBC의 메레디스 젠슨 분석가는 "가격이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고객들은 티끌만 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벽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호텔 시장은 단순 숙박 시설을 넘어 첨단 기술과 의료 서비스가 결합한 ‘재충전의 거점’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특히 암호화폐 열풍으로 자산가 대열에 합류한 젊은 세대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초호화 호텔들의 기술 투자와 가격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호텔 시장과 해외 관광객 소비 동향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