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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행 AI 칩 빼돌린 머스크, ‘배임’ 논란 휩싸여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4-06-05 12:58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다시 배임 논란에 휩싸였다.

테슬라가 엔비디아에 대규모로 발주한 인공지능(AI) 칩을 발주처인 테슬라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X와 AI 스타트업 xAI로 보낼 것을 엔비디아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창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머스크가 상장기업의 CEO이기도 하면서 개인회사의 CEO까지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테슬라에 대한 배임에 해당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머스크 “테슬라가 먼저 받을 준비 되지 않아 그랬다”


머스크를 둘러싼 이번 파장은 미국의 한 경제매체가 엔비디아의 내부 문건을 분석한 결과 테슬라가 주문해 공급할 예정이었던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2000개를 X에 인도할 것을 머스크가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어났다.

테슬라가 이 칩을 주문한 것은 그동안 야심 차게 개발해온 자율주행 택시, 즉 로보택시를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테슬라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가팩토리5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 클러스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뿐 아니라 오픈AI의 대항마로 최근 창업해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xAI에도 올해 말까지 10만 개의 칩을 제공해 달라고 엔비디아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머스크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바로 입장을 내고 테슬라로 가야 할 칩을 자신의 개인회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테슬라가 엔비디아에 주문한 칩을 아직 구동할 공간이 테슬라 사업장에 없기 때문에 어차피 테슬라에 보내봤자 창고에 처박혀 있어야 할 신세였다고 주장했다. 역시 엔비디아 칩이 필요한 개인 사업장에 칩을 우선 공급해 달라고 요구한 것뿐이라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기가팩토리5에서 진행 중인 슈퍼컴퓨터 클러스터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면서 “이곳에서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과 관련한 AI 학습을 위해 5만 개의 엔비디아 칩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여 당초 계획보다는 지연됐지만 테슬라가 발주한 칩이 테슬라에 공급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 여러 기업 겸영하는 이상 ‘이해충돌’ 불가피


그러나 머스크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의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테슬라가 아직 발주한 칩을 인도받을 상황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상장기업인 테슬라가 발주한 부품을 머스크가 자신의 개인회사로 먼저 보낼 것을 요구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면서 “적절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머스크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제어가 테슬라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해당 매체도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테슬라 CEO를 맡고 있는 동시에 개인회사를 다수 경영하고 있는 것은 이해충돌이자 테슬라 CEO로서 의무를 저버린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전문가인 매트 리바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역시 이날 낸 칼럼에서 “머스크처럼 서로 다른 기업의 최대주주이자 CEO로 활동할 경우 서로 다른 기업의 주주들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이해충돌을 피해가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충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유일한 해결 방안이 있다면 이해충돌이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기업을 겸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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