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직원들에게 출근 의무화를 요구하자 전문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각) 미시간대학과 시카고대학 공동 조사 결과를 인용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스페이스X 등에서 고위직을 포함해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빅테크가 팬데믹 당시 널리 시행했던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대신에 대면 근무를 하도록 지침을 내린 뒤에 고위직을 포함한 전문 인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전문 인력이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경쟁 업체로 이직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MS는 사무실 출근 지침을 내린 뒤에 고위 간부직 인력의 5% 이상이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에서도 고위직 전문 인력의 4%가량이 회사를 나갔다. 특히 전면 대면 근무제를 시행한 스페이스X에서는 고위직 전문 인력의 15%가량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MS, 애플, 스페이스X는 전체 첨단기술 분야 인력의 2%가량을 차지하지만, 이 분야 매출의 30% 이상을 점하고 있다고 WP가 지적했다. 이들 3개사는 2022년부터 대면 근무제 전환을 추진했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스는 지난해 9월 직원들에게 '주 3회 출근'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 6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 지 2년3개월 만에 부분 출근제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애플과 구글, 아마존, MS 등 빅테크는 모두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를 끝내고 일주일에 최소 50% 이상 출근하도록 했다.
구글은 2022년 4월부터 주 3일 오피스 근무를 시작했고, 애플은 2022년 9월부터 출근 일수를 이틀에서 사흘로 늘렸다. MS는 일주일에 '50% 이상' 사무실 근무제를 시행 중이고, 아마존도 지난해 5월부터 주 3일 출근제로 전환했다. 아마존은 특히 '주 3일 출근' 미준수 시 해고 가능성을 거론했고, 구글도 인사고과 반영을 검토하는 등 직원들의 출근 근무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는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사무실 공간을 줄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들은 수년간 사무실 이용을 늘려오다가 최근 이를 줄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버지니아 북부에 있는 제2 본사 건설을 중단했다. 구글은 현재 사용 중인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다른 기업에 전대할 계획이다. 메타는 감원과 동시에 시애틀 등의 사무실 계약을 종료해 임대 비용을 줄였다.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이 올해 1분기에 2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올해 1분기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의 19.6%에서 19.8%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이 1986년과 1991년에 기록한 역사적인 최고치를 넘어섰고,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