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다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등극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을 말할 때 가장 흔히 드는 이유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사이의 과도기를 연결하는 차량 정도로 인식됐던 하이브리드, 특히 충전식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지난해 이후 붐을 타면서 토요타 주가는 급상승하고, 테슬라는 올 들어 하강하는 가운데 이같은 설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로 엔저다.
엔화 가치, 13% 폭락
배런스는 3일(현지시각)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다시 인기를 끈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일본 엔화 가치 약세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엔화는 1년 전만 해도 달러당 135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53엔으로 가치가 추락했다. 13% 넘게 폭락했다.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590억 달러를 들여 환 방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화 가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엔화는 유럽에서도 유로당 165엔으로 1년 전 149엔이 비해 11% 폭락했다.
대규모 환차익
엔저는 이런 토요타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다.
직원들에게는 값이 싼 엔화로 임금을 지불하고, 일본 부품 하청사들에도 엔화로 대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고 나면 달러나 유로로 돈을 번다.
엄청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용은 낮게, 매출은 높게 유지하면서 토요타는 이중의 혜택을 본다.
토요타는 지난 3월 31일 마감한 2024회계연도 영업이익이 환차익 덕에 약 35억 달러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 영업이익의 약 11%에 이르는 규모다.
토요타만 이같은 엔저 불로소득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혼다 자동차 역시 토요타처럼 일본에서 낮은 임금과 낮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해외 시장에 달러나 유로를 받고 비싼 값에 판다.
토요타는 올해 도쿄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38% 폭등했다. 테슬라가 뉴욕 주식시장에서 27% 폭락한 것과 비교하면 65%포인트 격차다.
그러나 환율 효과를 줄인 토요타의 미국 증권예탁원증서(ADR)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가 상당폭 줄어든다.
토요타 ADR은 올해 약 26% 상승해 테슬라 주식 성적과 격차가 약 54%포인트로 좁혀진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