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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기 싫다'던 중국 CATL 회장, 57조 원 자산으로 리카싱과 홍콩 최고 부자 경쟁

CATL 로빈 젱, 홍콩 상장으로 232조 원 달성…6조 4000억원 조달해 올해 세계 최대 IPO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회장 겸 창립자인 로빈 젱이 2023년 4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에 참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회장 겸 창립자인 로빈 젱이 2023년 4월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에 참석했다. 사진=로이터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 CATL 창립자 로빈 젱(Robin Zeng·57)이 홍콩 2차 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232조 원을 달성해 홍콩 최고 부자 타이틀을 놓고 리카싱(Li Ka-shing)과 경쟁한다고 머니위크가 지난 17(현지시각) 보도했다.
로빈 젱은 지난 5CATL 홍콩 2차 상장을 성공시켜 약 64000억 원(약 46억 달러)을 조달했다. 이는 올해 전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로 기록됐고, 홍콩 증시 침체를 벗어나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상장 첫날 CATL 주가는 공모가 263홍콩달러보다 17% 오른 307.6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CATL 홍콩 상장 성공은 항셍지수 30% 상승을 이끌어 홍콩 증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빈 젱의 순자산은 올해 521일 기준 412억 달러(571500억 원)로 계산되고, 순자산 400억 달러(554900억 원)인 홍콩 재계 거물 리카싱과 최고 부자 경쟁을 벌인다.

CATL,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에 배터리 공급하는 세계 1위 업체


CATL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37%를 차지한 1위 업체다. 작년 기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에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CATL 주요 고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CATL 시가총액은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를 합쳐 총 12000억 위안(2316900억 원)에 이른다. 블룸버그 시장 전망 기준 CATL 올해 매출은 84조 원, 영업이익은 14조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률 16.7%가 예상돼 한국 배터리 업체들보다 훨씬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

CATL은 홍콩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90%를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유럽 시장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 BMW,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 될 예정이다.

◇ 가난한 농촌 출신에서 '시진핑 시대 기업가'로 성장한 로빈 젱


1968년 젱위췬(Zeng Yuqun)이라는 본명으로 태어난 로빈 젱은 현재 CATL이 본사를 둔 닝더 근처 푸젠성 가난한 산간 마을에서 자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는 "큰 뜻을 가진 우수한 학생"으로 명문 상하이 교통대학에 진학했다.
젱은 푸젠성 한 국영기업에서 첫 직장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동관으로 이주해 전자 제조업체에서 일하면서 중국과학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파트타임으로 땄다. 1999년 그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자신의 첫 회사 ATL(Amperex Technology)을 세웠고, 애플이 초기 고객이었다.

젱은 2005ATL을 일본 TDK1억 달러(1387억 원)에 팔아 첫 번째 재산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회사에 남아 자동차 배터리 부서를 만들었다. TDK가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금지되자, 젱은 2011CATL을 새롭게 세웠다.

이 시기는 중국이 전기차를 우선시해 넉넉한 보조금을 제공하기 시작한 때였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분석했다. 2015년 중국 정부가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CATL을 포함한 승인된 중국 공급업체 배터리를 사용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CATL 성장이 빨라졌다. 1년 만에 매출이 12억 달러(16600억 원)에서 90억 달러(124900억 원)로 늘어났다.

젱은 자신을 단순한 배터리 제조업체가 아닌 더 넓은 탄소 제로 경제의 "선구자"로 본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전했다. 그는 특히 수직 농업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데 관심을 보이고 블룸버그에 "농업을 해결하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젱은 시진핑의 중국에서 번성하는 새로운 유형의 거물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그는 절제되고 자선을 베풀고 공식 국가 화두에 동조할 준비가 된 인물이다. 홍콩 상장 전날 그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 이 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의 과시는 용납되지 않고 겸손이 오늘날 정서"인 중국에 대한 시진핑의 비전에 맞는 모습을 보인다고 머니위크는 분석했다. 젱은 초기 중국 현자 공자로부터 영감을 받아 "평생 학습과 지속적인 도덕 향상"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CATL은 여전히 정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올해 1월 미국은 CATL을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CATL은 이 주장을 부인했으나, 홍콩 사업가 데스몬드 쉼은 "젱과 같은 기업가들은 시진핑의 변덕에 달려 있다""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학살당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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