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인공지능)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영국 정부가 빅테크들의 AI 분야 투자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나섰다. 빅테크들을 규제함에 있어 AI 분야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AI 업체 관련 계약이 당국의 인수 합병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조사 중"이라며 "관련 분야 이해관계자들에게 의견서 제출 관련 공문을 보냈다"고 현지 시각 24일 발표했다.
CMA가 문제 삼은 계약은 구체적으로 △MS가 미스트랄 AI에 20억유로(약 3조원)를 투자하는 계약 △MS가 인플렉션 AI의 인력을 영입한 대가로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를 지불한 계약 △아마존이 앤트로픽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계약까지 세가지로 오는 5월 9일까지 의견을 접수받을 예정이다.
조엘 밤포드(Joel Bamford) CMA 합병 담당 이사는 "AI 기초 모델은 에너지, 의료, 유통, 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근본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보다 개방적이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이루게하는 것은 영국, 나아가 세계 기술 분야의 공정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와 별개로 CMA는 지난해 12월에도 MS와 오픈AI의 관계에 대해서도 양 사가 사실상 합병 관계인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조치 모두 영국 정부 차원에서 MS 등의 행보를 AI 기업 인수로 인정, 시장 독과점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CMA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더불어 대표적인 빅테크 규제 기관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앞서 MS가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건을 세계 규제 기관 중 유이하게 법적으로 거부했으며 이는 FTC와 MS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MS 등의 투자 파트너십 행보가 '준합병(Quasi-Merger)'이라고 평했다. 영미 등 서구권 정부 기관의 규제 기조에 대항해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컨설턴트 업체 안쿠라(Ankura)의 조사를 인용해 "2023년 들어 세계적으로 기업 인수 사례가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조인트벤처나 파트너십 계약은 세계적으로 4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CMA의 조사 발표에 관해 MS 측은 "인재 고용, 스타트업 투자는 일반적 비즈니스 관행으로, 합병과는 다른 조치로 보고 있다", 아마존 측은 "엔트로픽과의 협업은 소비자들도 기대하는 정책인 만큼 CMA 측이 본 건을 빠르게 해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