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들어 글로벌 경제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나 홀로’ 질주해온 미국의 경제 활동이 ‘깜짝’ 위축되고, 유럽연합(EU)·일본·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반짝’ 반등했다. 그동안 미국에 지나치게 경도됐던 세계 경제가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4월 제조업 업황이 돌연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23일(현지 시각) 미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9.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 확장과 위축이 갈린다. PMI가 '50' 밑으로 내려가면 업황이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4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전월치(51.9)보다 낮았고,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미국의 서비스업 PMI도 동반 내림세를 보였다. 4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0.9를 기록해 전월치인 51.7보다 낮았다. 서비스업 PMI가 '50'을 넘어 업황 확장 국면임을 시사했으나 4월 수치가 다섯 달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미국의 종합 PMI는 50.9로 전월(52.1)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종합 PMI 하락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 부문 임금 감소, 제조업 성장 둔화로 고용지수는 전월 대비 3.2포인트 내린 48로 집계됐다. 고용지수 하락은 기업들이 현재 생산능력으로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S&P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탄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4월에 신규 사업이 반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고, 기업들의 미래 생산량 기대치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몇 개월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과 달리 유로존의 경제 활동이 3, 4월 연속으로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특히 독일 경제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도 지난해 말 ‘약한 침체’에 빠졌다가 올해 들어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했다고 WSJ가 전했다. 일본·인도·호주 등의 PMI도 4월에 일제히 반등했다.
유로존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한 종합 PMI는 4월에 51.4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3월에도 50.3을 기록했었다. 이로써 유로존은 2개월 연속 제조업과 서비스의 업황이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WSJ는 “미국과 유럽 경제 간 성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이 차이가 단기간 내에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과 유로존 경제를 비교하면 미국의 제조업 업황은 비록 성장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활황 국면에 있으나 유로존의 제조업 업황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서비스 분야에서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난다”면서 “미국의 서비스업 업황이 위축되고 있으나 유로존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드 귄도스 ECB 부총재는 이날 프랑스 르몽드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로존 경제를 비교하면 아직도 유로존의 성장률이 더 낮다”면서 “경제 지표를 보면 유럽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경제가 올해에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1% 이하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귄도스 부총재는 ECB가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상황이 최근 몇 주 동안과 같은 방향이면 6월에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그때 사이에 놀라운 일이 없다고 가정하면 프랑스어로 페타꼼플리(fait accompli, 기정사실)"라고 말했다. 귄도스 부총재는 “싸움이 끝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 해소를 향한 경로에서 몇 가지 중요한 승리를 거뒀고,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10%에서 2.4%로, 근원 인플레이션이 3% 밑으로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끝이 보인다"면서 "2025년에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