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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말로만 재활용…애플, '반납폰 폐기' 논란

공언했던 친환경 정책과 달라 '소비자 기만' 비판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4-04-19 14:08

애플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보상판매 프로그램 관련 안내문. 사진=X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보상판매 프로그램 관련 안내문. 사진=X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의 트레이드인(trade-in) 프로그램, 즉 보상판매 프로그램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애플의 보상판매 프로그램은 아이폰을 비롯해 고객이 이전에 사용하던 애플 제품을 반납하고 최신 애플 기기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쓰던 제품을 중고 시장에 다시 유통시키는 단순한 보상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고 기기를 회수한 후 분해한 뒤 소재들을 재가공해 신제품 제작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즉 폐기될 수 있는 전자제품을 재생 가능한 소재로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자원 순환 생산’ 방식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애플이 앞으로는 재활용 자원을 사용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지난 2017년 선언한 이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전자기기 재활용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애플이 그동안 공언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사실이 최근 드러나 사실상 '소비자 기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애플 보상판매 프로그램에 '큰 구멍'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수거한 중고 제품 가운데 상당량을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 처분하는 표리부동한 행동을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행된 애플의 자체 감사 결과 애플이 자사 중고 제품의 재활용 작업을 맡겨온 협력업체, 즉 캐나다의 전자기기 재활용 전문업체 지프(GEEP)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무려 10만 대에 가까운 아이폰이 지프의 공장에서 재처리되지 않고 중국 중고 스마트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프는 연간 25만 대가량의 아이폰을 재처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활용하라고 맡긴 아이폰을 애플도 모르게 지프 측이 중국에 팔아먹은 사실이 밝혀지자 애플 측은 지프를 상대로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송사가 아니다.

이 문제가 지금 다시 부상한 이유는 애플 측이 큰 손해를 봤음에도 그동안 이 소송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고사하고 방치해온 사실이 최근 확인됐기 때문이다.

애플 전문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 측이 이 소송과 관련해 내년 1월까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소송은 자동으로 백지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지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2020년이, 애플이 자사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재활용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껏 탄소중립 실현 계획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재활용 협력사에서 벌어진 사건이 송사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경우 애플이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송을 사실상 방기해온 것 아니냐는 것.

중고 아이폰, 재거래 시장 유입 차단 의혹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이 중고 아이폰이 중고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해 신제품 수요를 유지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중국 중고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 중고 아이폰을 애플 측이 지프에 넘기면서 요구한 것은 재활용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폐기 처분 작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폐기 처분이 적절한 조치일 수 있겠으나 애플은 당장 중고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멀쩡한 아이폰까지 폐기 처분할 것을 지프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라고 나인투파이브맥은 전했다.

중고 시장에 유입되는 아이폰의 규모를 근원적으로 최소화해 신제품 수요를 유지하거나 높이겠다는 전략이 아니라면 애플이 이 같은 행동을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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