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업체이자 아이폰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의 탈(脫)중국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이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주변의 다른 아시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기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쿡 CEO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 구축하는 방안 검토 중”
17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쿡 CEO는 이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산기지를 인도네시아에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도도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며 그에 화답해 이 같은 계획을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쿡 CEO는 “인도네시아의 투자 환경은 거의 무한할 정도로 크다”면서 “애플도 그런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미 애플의 아이폰 및 에어팟 등을 일부 생산하는 베트남 협력업체에 대한 투자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에 몰려 있는 생산시설을 주변 아시아 국가로 확대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렇게 되면 중국 위주로 운영돼왔던 애플의 해외 공급망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향후 2~3년 이내에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의 25%를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수도 ‘누산타라’ 등 두 곳에 생산시설 짓는 방안 협의 중
이와 관련,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인도네시아는 애플 자체적으로나 협력업체 차원에서나 아무런 제조시설을 두고 있지 않는 나라일 뿐 아니라 애플 직영 판매점도 없는 곳이어서 쿡의 발언대로 애플 조립공장이 들어설 경우 인도네시아 경제에 상당히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사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뒷받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리는 신수도로 결정된 누산타라를 비롯해 두 곳에 아이폰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애플 측에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