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활용 증가, 전기차 보급 확대, 재생 에너지 개발 가속화 등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다국적 상거래 회사 트라피구라는 2030년까지 구리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9일(현지시각) 야후 파이낸스가 보도했다.
실제,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등으로 구리 수요가 예상치를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간에도 구리는 전기 자동차와 재생 에너지 기술을 포함하는 에너지 전환으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2035년까지 구리 수요가 공급을 약 5천만 톤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이 심화되고 확산되던 1900년부터 2022년까지 인류가 사용한 구리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외에도 맥킨지는 연간 구리 수요가 현재 약 25,000톤에서 2031년까지 36,600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은 약 30,100톤으로 예상되어 향후 10년 동안 650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 구리 소비에서 구리의 친환경 사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4%였으며, 2030년에는 17%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 배출 제로로 인해 2030년에 54%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구리 수급 차질이 커지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첫째, 에너지 전환 가속화 때문이다. 재생 에너지 발전,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차(EV)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성장이 구리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화석 연료 발전보다 훨씬 더 많은 구리 수요를 자극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AI 붐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의 빌 바스 부사장은 3일에 하나씩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상당량의 구리가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1메가와트의 전력을 위해 약 27톤의 구리가 필요하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전원 케이블, 냉각을 위한 열교환기, 배전 스트립, 전기 커넥터 등에 사용되는 구리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 때문이다. 도시화, 인프라 구축, 5G 네트워크 확장, 사물 인터넷(IoT) 등 발전은 모두 구리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수요 증가에 반해, 구리 공급은 제한적이다. 광석 채굴량 감소, 새로운 광산 발견 어려움, 주요 생산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 등이 공급 부족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구리 집약적 기술 수요 증가로 가속화될 수 있다.
광석 채굴량 감소는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특히 고품질 광석 채굴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며, 새로운 광산 발견은 쉽지 않다. 광산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특히, 주요 구리 생산 지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가 많아 공급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은 광산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언제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다른 많은 산업용 금속의 글로벌 공급을 지배하면서, 넷제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서방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구리 수요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국제 구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과 구리에 대한 수요는 구리 가격의 주요 결정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구리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고 해외 광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구리 생산업체인 차이나 코퍼는 채굴된 구리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로 인해 해외에서 구리 자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전기차 및 재생 에너지 부문의 성장으로 인해 구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해외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핵심 원자재 생산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으며, 자유 진영에서는 이런 핵심 원자재 중 일부에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만 중국 의존에 자유로울 뿐이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베아타 자보르치크는 산업 수요 외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가 구리 수급 차질을 증폭해 녹색 전환을 늦출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구리 부족 문제는 에너지 전환과 기술 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리 재활용률을 높여 공급 부족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구리의 대체 소재를 개발하고, 신규 광산 발견을 위한 탐사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국제구리협회(ICA)나 국제 에너지 기구(IEA)와 같은 기관들이 펼치고 있는 구리 공급 안정을 위한 국제 협력도 중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