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할수록 오버행 이슈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자사주 소각 계획이 전무한 만큼 향후에도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활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제 주가가 하락세로 돌변할지 모르는 만큼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2조2377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SK하이닉스 자사주이며 만기는 오는 2030년 4월 11일이다. 금리는 1.75%다.
EB는 발행 기업이 보유한 다른 주식으로 교환(자사주 포함)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채권이다. ‘권리’(옵션)가 붙으면서 동일 규모 채권 발행 대비 조달금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활용해 조달비용을 낮추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교환 행사가액은 11만1180원으로 현재 주가는 이를 웃돌고 있다. 교환대상 주식 수는 2013만 주로 전체 주식 발행 수의 2.8%를 차지하는 만큼 상당한 물량이다.
교환 청구기간은 지난해 5월 22일부터 시작됐다. 언제든 교환사채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직원들에게 670억원 규모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자사주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자사주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EB 투자자와 직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황이 됐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 정책에서 정작 자사주 소각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자사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자사주가 시장에 다시 풀리면 정작 자사주 매입 효과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지속되고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당장 큰 불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가가 조금이라도 하락했을 때, 자사주 문제가 거론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사주 소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SK그룹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개편했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