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 라피엣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28년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에 따라 SK하이닉스에도 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간) SK하이닉스가 이 공장 건설을 위해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이 건설되면 800~1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 공장이 들어설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는 미국 최대 반도체와 마이크로 전자공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 중 한 곳인 퍼듀대학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이곳을 선정한 이유 중 하나도 퍼듀대학을 통한 엔지니어 확보라고 WSJ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 배선 등을 연결해 전자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반도체 생산의 마지막 단계다. SK하이닉스가 이달 말부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세대 HBM(HBM3)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한 데 이어 HBM3E도 가장 먼저 공급한다.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HBM3는 엔비디아의 최상위급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될 예정이다. AI GPU에 필수 탑재되는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일반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했다. HBM 5세대인 HBM3E는 HBM3의 성능과 용량을 개선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매출은 전체 D램 시장 매출의 20%를 웃돈다. HBM3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면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일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를 반도체 패키징 공장 부지로 선정했고, 여기에 엔비디아의 GPU에 들어갈 HBM 제조를 위한 D램 적층에 특화한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미애널리틱스의 딜런 파텔 수석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에서 대규모 HBM 패키징을 위한 첫 번째 주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1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내에서 부지가 선정되면 보조금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이달 말 삼성전자에 60억 달러가 넘는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SK하이닉스도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SK하이닉스가 일단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의 한 통상 관계자가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부지를 확정한 뒤 공사에 착수한 후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고, 미국 정부 측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