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올라탄 대만 vs 내수 터진 인도... "반도체와 인구의 힘", 美 보호무역 뚫고 '아시아 투톱' 부상... "트럼프 관세가 최대 변수"
■ 핵심 보기대만과 인도, 지난 3분기 각각 8.21%, 8.2%의 ‘깜짝 성장(Surprise)’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불식
대만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수출 폭증이, 인도는 축제 시즌을 맞은 강력한 내수 소비가 성장 견인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로 양국 모두 2026년 이후 성장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대만과 인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8%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아시아 경제의 두 축으로 떠올랐다. 대만은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힘입어 15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예고했고, 인도는 미국의 무역 압박 속에서도 탄탄한 내수 시장을 앞세워 경제 체력을 과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들 국가가 각각 기술 수출과 내수 소비라는 확실한 무기를 바탕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AI 반도체가 이끈 '수출의 봄'... 내년 7%대 성장 예고
대만 통계청은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1% 성장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이는 한 달 전 제시했던 전망치를 0.6%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대만 정부는 이러한 호실적을 바탕으로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3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금융위기 반등 효과를 누렸던 2010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장의 일등 공신은 단연 AI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32% 급증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필두로 AI 서버, 노트북, 스마트폰 부품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다. 대만 당국은 "AI 기술과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굳어지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소버린(주권) AI' 구축에 나서면서 대만의 하드웨어 공급망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내수 경기는 차갑게 식어있기 때문이다. 3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1.19%에 그쳤다. 대만 통계청 역시 "전통 산업의 수출 동력은 글로벌 공급 과잉 탓에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인정했다.
인도, 관세 장벽 뚫은 14억 인구의 '소비 파워'
인도 경제는 미국의 견제구 속에서도 꿋꿋했다. 인도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7~9월) GDP 성장률은 8.2%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7.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직전 분기 성장률(7.8%)보다도 높다.
인도 경제를 떠받친 힘은 전체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였다. 지난 3분기 민간 소비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 4~6월 증가율(7%)보다 확대된 수치로, 본격적인 축제 시즌이 시작되면서 지갑을 연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다. 정부 지출이 2.7% 줄었음에도 제조업(9.1%)과 금융·부동산 서비스업(10.2%)이 약진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시반 탄돈 이코노미스트는 "도매 물가 상승률이 정체되면서 GDP 디플레이터(물가 수준을 반영한 지수)가 이례적으로 낮았던 점이 실질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면서도 "기저에 깔린 성장세 자체가 강력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다는 이유로 섬유, 보석 등 인도의 주요 수출품에 5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 탓에 지난달 인도의 대미 수출은 9% 줄었고,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416억8000만 달러(약 61조 원)로 불어났다. 라제시 아가왈 인도 무역 당국자는 "2025년 말까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韓 경제에 던지는 메시지, '샌드위치' 위기 속 해법은
대만과 인도의 약진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 복합적인 과제를 안겨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무역 장벽을 이유로 인도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6.2%로 낮췄다. 이는 보호무역주의가 수출국에 미치는 충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만의 '기술 초격차'와 인도의 '내수 시장'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만은 AI라는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했고, 인도는 거대 내수 시장을 방파제 삼아 대외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시에, 인도를 대체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공략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 기업에도 동일한 리스크"라며 "대만처럼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하거나, 인도 시장 진출을 가속해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등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