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 AI 시장, "뺏고 뺏기는 땅따먹기 아닌 '무한 확장' 단계"
엔비디아 "구글 성공 기쁘다" 여유…CUDA 해자·소버린 AI로 독주 자신감
엔비디아 "구글 성공 기쁘다" 여유…CUDA 해자·소버린 AI로 독주 자신감
이미지 확대보기하지만 월가와 반도체 업계의 베테랑 분석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제로섬의 오류(Zero-sum Fallacy)'라고 일축한다. 시장의 파이(Pie) 자체가 수천조 원 단위로 폭발하고 있어, 특정 경쟁자의 부상이 엔비디아의 몰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DIGITIMES)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종합해 AI 칩 전쟁의 본질을 분석한다.
주가 디커플링의 공포 vs 엔비디아의 "계산된 여유"
최근 시장에서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엔비디아의 주가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메타(Meta) 등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GPU 대신 구글 TPU를 대거 채택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투자 심리가 요동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엔비디아는 이 상황을 즐기는 모양새다. 엔비디아 측은 구글의 행보에 대해 "그들의 성공이 기쁘다"며 "구글에 대한 칩 공급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엔비디아는 "우리는 모든 컴퓨팅 환경을 아우르는 '세대적 리더십(Generational Leadership)'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들이 자체 칩을 만들어도, 범용성과 압도적 성능을 가진 엔비디아 GPU 없이는 AI 서비스를 온전히 구동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다.
월가 "1000조 잭팟, 모두가 승자 된다"
퓨처럼 그룹(Futurum Group)의 대니얼 뉴먼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논쟁을 "시장 규모를 간과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인프라 시장은 향후 수조 달러(수천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 거대한 판에서는 엔비디아, 구글, AMD는 물론 아마존, 퀄컴까지 모두가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TPU 확산이 엔비디아 연간 매출을 10% 갉아먹을 것"이라는 일각의 비관론과 달리, 전문가들은 시장 팽창 속도가 점유율 하락 속도를 압도할 것으로 본다. US뱅크(US Bank)의 반도체 보고서 역시 "구글의 자체 칩이 엔비디아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엔비디아 GPU는 이미 주요 클라우드와 LLM(거대언어모델) 학습의 표준으로 굳어졌으며, '타임 투 마켓(시장 출시 속도)'과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CUDA라는 난공불락의 해자(Moat)
엔비디아의 진짜 무기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생태계, '쿠다(CUDA)'다. 투자회사 퓨처펀드(Future Fund)는 "엔비디아 칩은 메타, 오픈AI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든 AI 플레이어의 '골드 스탠다드(Gold Standard)'"라고 평가했다. 개발자들이 이미 익숙해진 CUDA 플랫폼을 버리고 다른 칩으로 갈아타기엔 전환 비용이 너무 크다. 이것이 경쟁사들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진입 장벽이다.
엔비디아는 고객 다변화로 기초 체력도 키우고 있다. 미즈호 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기존 빅테크 외에도 중동의 '휴메인(Humain)' 같은 소버린 AI(Sovereign AI·주권 AI) 프로젝트,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신생 클라우드 기업으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앤스로픽 100만 개 공급'…유일한 장기 변수
다만 경계해야 할 신호는 있다. 구글은 지난 10월, '탈(脫) 엔비디아' 진영의 핵심인 앤스로픽(Anthropic)에 최대 100만 개의 T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과 공동 개발한 구글의 맞춤형 칩이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자,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전략적 행보다.
웨드부시(Wedbush)는 "향후 수년 내 AI 분야에 수조 달러의 투자가 집행될 것"이라며 "이 투자 광풍(Frenzy)이 2025년에도 멈추지 않는 한,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단기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의 AI 반도체 전쟁은 누군가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아니라, 계속해서 커지는 영토를 누가 더 빨리 차지하느냐의 '속도전'인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