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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전쟁’ 선전포고…"미국 기술력, 물량으로 넘는다"

106km 주행 신기록·공장 대량 투입 ‘동시 달성’
제조 생태계 앞세워 ‘속도전’ 2050년 시장 규모 7350조 원 전망, 중국 점유율 1위 예고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X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X
중국이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대량 생산현장 투입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세계 로봇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막강한 제조 인프라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호주 뉴스닷컴(News.com.au)1(현지시각)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최근 성과와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 현황을 집중 조명했다.

"걷고 나르고"… 기록 경신과 현장 투입 동시 달성


보도에 따르면 중국 로봇 기업들은 지난달 기술력을 입증하는 굵직한 성과를 연이어 내놓았다. 중국 스타트업 에이지봇(AgiBot)이 개발한 'AgiBot A2'는 지난달 10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중국 쑤저우에서 상하이까지 106.286km를 완주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행한 최장 거리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성과다. 로봇은 포장도로와 다리를 포함한 다양한 지형을 통과하며 배터리 효율과 내구성을 증명했다.

산업 현장 투입도 본격화했다. 중국의 로봇 유니콘 기업 유비테크(UBTECH)는 지난달 자사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워커 S(Walker S)' 시리즈 수백 대를 파트너사들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유비테크는 이를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인도"라고 명명했다. 회사 측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는 수백 대의 로봇이 마치 군대 열병식처럼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로봇들은 자동차 제조 공장과 물류 센터에 투입돼 부품 운반과 조립 등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반면 경쟁국인 러시아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행사에서 러시아 로봇 '알돌(Aldol)'이 무대 위에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서 춤을 춘 또 다른 로봇 역시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앨런 버든(Allan Burden) 호주 코보틱스 센터 박사(설계 로봇학)는 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아직 프로토타입(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기술 격차가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비교. 제작=글로벌이코노믹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비교. 제작=글로벌이코노믹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중국의 초고속 성장 비결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서 나가는 배경으로 '기술 융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는다. 배터리 성능 향상, 정밀 모터 기술, 컴퓨터 비전 등 하드웨어 기술이 무르익은 시점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로봇 제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정책이 핵심 동력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027년까지 세계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구축'이라는 국가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AI와 로봇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1조 위안(207조 원) 규모의 기금 조성 계획을 내놨다.

버든 박사는 "중국은 지난 3~5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뤘다""거대한 내수 시장과 자금력, 그리고 빠른 프로토타이핑(시제품 제작) 문화가 결합해 개발 주기를 단축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모건스탠리 분석을 보면, 지난해 중국 기업 31곳이 36개의 새로운 휴머노이드 모델을 공개한 반면, 미국은 8개를 출시하는 데 그쳤다.

20507350조 원 시장… "미국 기술 vs 중국 물량"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휴머노이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맥킨지 앤 컴퍼니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범용 로봇 분야에 유입된 자금은 연간 10억 달러(14700억 원)를 웃돈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50년까지 5조 달러(73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가별 보급량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했다. 2050년 예상 보급 대수는 중국이 3230만 대로, 미국(7770만 대)4배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다. 버든 박사는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AI 제어 시스템에서 앞서 있다"며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비전 시스템부터 신경망까지 AI를 로봇의 모든 시스템에 통합하는 '풀 스택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로봇 산업은 제조·광업 등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는 산업용으로 시작해, 고령화 사회를 보조하는 돌봄(Care) 로봇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버든 박사는 "결국 로봇이 설거지나 빨래 같은 가사 노동을 대신하고, 인간은 창작이나 여가에 집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각국은 자국의 강점에 맞춰 특화된 로봇이나 부품 생산에 주력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을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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