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회사 주식 약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상당을 매각한 것을 놓고 월가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통상 CEO는 회사 사정에 가장 정통한 데다 ‘월가의 황제’로 일컬어질 만큼 금융시장과 거시경제를 꿰뚫고 있는 다이먼이다 보니 그의 주식 매도가 주가 하락의 신호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이먼과 그의 가족은 지난주 82만2000주의 JP모건 주식을 매각했다. 다이먼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860만 주의 회사 주식 중 약 100만 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주식 매각으로 다이먼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 주식은 약 770만 주로 감소했다.
다이먼은 지난 2005년 12월에 JP모건 CEO로 취임한 이래 18년 동안 은행을 경영해 왔고 은행 주식을 매각한 것은 그의 재임 기간 중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시장이 다이먼 회장의 회사 주식 매각에 특히 긴장하는 것은 현재 JP모건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5000을 뚫고 신고가 행진을 펼치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지난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이후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연간 이익을 기록했다. 다이먼이 CEO로 취임했을 당시 JP모건 주가는 약 40달러였으나 22일 그의 주식 매각 시점에서는 주당 183달러로 상승했다.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다이먼은 2009년 이후 은행 주식 1000주 이상을 매입할 때마다 이익을 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가 사들인 50만 주는 이후 700% 가까이 치솟았다. 그가 2012년 20만 주 이상 매입한 이후에는 43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고, 2016년 초 50만 주를 추가로 매입한 뒤 주가는 240% 넘게 상승했다.
시장 타이밍에 대한 그의 강력한 ‘촉’을 감안하면 주식 매수 시점만큼이나 매도 시점 또한 예사롭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CEO의 주식 매도만으로는 주가의 향방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JP모건의 후계 구도와도 맞물려 다이먼 회장의 행보가 계속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67세인 다이먼이 지난해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하자 은퇴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JP모건은 ”다이먼은 회사의 전망이 매우 강하고 회사에 대한 그의 지분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JP모건의 구체적인 승계 계획은 공개된 바 없지만 14년 동안 모건스탠리의 CEO를 역임했던 제임스 고먼이 올해 초에 물러나고 테드 픽이 바통을 이어받는 등 월가 전역에서 승계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JP모건 주주들은 다이먼 회장의 후속 주식 매각 여부와 후계 구도와 관련된 소식 등을 계속 주목할 전망이다.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JP모건 목표주가는 여전히 지금보다 5%의 상승 여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JP모건 주가는 2024년 들어 8% 이상 상승해 7% 미만으로 오른 S&P500 지수와 4% 넘게 하락한 SPDR S&P Bank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을 능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