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개인방송 서비스 '치지직'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대형 포털 사업자 네이버가 갖춘 기반에 실무진의 발 빠른 피드백이 더해져 기존의 주류 플랫폼 '트위치'의 제1 대안으로 인정받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오는 2월 중으로 '치지직' 오픈 베타 서비스를 개시한다. 같은 달 27일 '트위치'의 한국 서비스가 중단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것으로, 기존에는 별도의 사전 심사를 거쳐 방송 권한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치지직은 지난 9일에는 시청자의 트위치의 유료 구독 기록, 스트리머의 시청자 제재 기록 등을 치지직에 이전하는 것을 돕는 '이어가기' 서비스를 개시했다. 트위치에서 각광받던 서드파티(제3자) 후원 플랫폼 트윕·투네이션 등도 이용 가능하도록 업데이트했다.
트위치 스트리머 상당수는 치지직을 대안 플랫폼으로 선택하는 모양새다. 데뷔 16년차 1세대 스트리머 '풍월량', 국내 최고의 여성 게임 스트리머로 꼽히는 '서새봄', 로스트아크와 풋볼 매니저를 대표하는 게임 방송인 한동숙,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해설자로 활동 중인 강승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치지직이 가진 최대 강점은 운영사인 네이버가 포털 대기업으로서 갖춘 콘텐츠 저변이다. 네이버는 기존에도 프로스포츠, e스포츠의 주요 온라인 중계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많은 게임사에 공식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등 게임 분야의 저변도 넓다.
오는 17일 국내 최대 e스포츠 대회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개막하는 가운데 치지직에서는 동시 시청 관련 기능을 적극 지원한다. 트위치가 지난해 재정 긴축 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LCK 한국어 중계권을 포기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치지직의 최대 라이벌로는 기존에도 트위치의 대항마 자리에 있던 토종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가 손꼽힌다. 아프리카TV 역시 프로스포츠, e스포츠 중계권을 보유한 업체다. 풍월량과 더불어 대표적인 1세대 스트리머로 꼽히는 '우왁굳' 등 치지직이 아닌 아프리카TV를 선택한 이들도 적지는 않다.
시청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속도전'에선 치지직이 앞섰다. 앞서 언급했듯 치지직은 2월부터 오픈 베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TV 또한 이에 대응해 글로벌 지향 플랫폼 '숲(SOOP)'으로 리브랜딩을 준비하고 있으나, 2분기 내 해외 론칭 후 3분기 내 국내 적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이용자 편의성 등 기능 업데이트, 스트리머들의 문제 행위에 대한 방송 금지 조치 등 발빠른 피드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평소 개인 방송을 자주 본다고 밝힌 한 IT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청자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했던 트위치에 비해 확실히 반응이 빠른 것이 체감된다"며 "네이버페이로 치즈(치지직 자체 후원 재화)를 구매하는 과정도 비트(트위치 자체 후원 재화)에 비해 훨씬 편리하며, 방송 외적으로도 준비가 잘 됐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처럼 네이버의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한 배경에는 정식 서비스 전 일찌감치 서비스를 준비해왔다는 점이 있다. 여러 1인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최소한 2023년 초부터 기존 MCN(인터넷 방송인 소속사)들과 접촉, 현업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이번 서비스를 준비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업계에서는 치지직이 게임이나 스포츠 외에도 광고, 커머스 등의 분야와도 연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치지직의 라이벌인 아프리카TV는 라이브 커머스 관련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디짙털 광고 전문 기업 CTTD를 인수하기도 했다.
SK증권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는 커머스와 연동, 추가적 광고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치지직으로 올해 1673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가정하며 광고업계의 회복세도 간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목표 주가를 30만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