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 기반 1인 미디어 시장을 두고 네이버와 아프리카TV가 신규 플랫폼을 앞세워 경쟁한다.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던 트위치가 내년 2월 한국 철수를 앞둔 가운데 새롭게 시장에 발을 내딛는 대기업과 시장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전문 기업 중 어느 쪽이 트위치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을 보다 많이 확보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9일, 신생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베타 테스트를 개시한다.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기존 플랫폼에서 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베타 테스트와 더불어 네이버는 20일 개최를 앞둔 e스포츠 행사 '자낳대'의 메인 스폰서도 맡았다. 자낳대는 '자본주의가 낳은 대회'의 준말로 2019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게임 스트리머 간의 게임 대회다. 유명 스트리머들은 물론 전·현직 프로게이머들도 일일 코치 등의 형태로 많이 참여해 한국 인터넷 방송 업계에선 가장 큰 이벤트로 손꼽힌다.
네이버의 강점은 '국민 포털'로서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높다는 점이다. 대기업으로서 갖춘 기술 역량은 물론 '네이버 스포츠'와 음원 플랫폼 '바이브' 등 콘텐츠 저변도 튼튼해 시장에 자리만 잡는다면 스트리머들에게 제공할 유인은 충분하다.
여기에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권에서 국민 메신저 지위에 있는 '라인'이나 중화권을 중심으로 이용자층이 형성된 소셜 메타버스 '제페토(ZEPETO)' 등과의 연계 가능성도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트리머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아프리카TV는 2006년부터 17년간 업력을 쌓아온 만큼 토종 1인 미디어 업계에 한해 1인자로 손꼽힌다. 이른바 '여캠'으로 불리는 여성 BJ들과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고전 e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확고한 충성 이용자층을 다져둔 것은 네이버가 아직 갖지 못한 강점이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TV는 내년 3월까지 사명을 가칭 '숲(SOOP)'으로 변경하고 플랫폼을 대거 리뉴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 플랫폼으로서 다소 고착화된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한 편 해외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아프리카TV의 경우 올 7월 베트남 국영 방송사 VTV 산하 VTV케이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스트리밍 플랫폼 '온라이브'를 출시했다. 향후 출시할 '숲'은 이와 같은 해외 거점 플랫폼과 통합된 글로벌 서비스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정확한 시점은 내년 2월 27일이다. 트위치 측은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대체 플랫폼 이주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트위치로부터 스트리머들을 이관받는 내용의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스트리머들의 이주를 넘어 영상 콘텐츠, 조회수, 구독자 정보 등 주요 정보들까지 이어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치지직' 공식 네이버 라운지에 준비된 '방송 홍보' 게시판에는 수많은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나타나 치지직 데뷔를 예고했다. 베타 테스트 참가 기준인 1만 팔로워에 이르지 못한 '하꼬(판잣집을 뜻하는 일본어, 소규모 스트리머를 뜻함)'들이 의기투합해 각자의 팔로워를 공유하는 이른바 '팔로워 품앗이'를 하는 모습도 발견됐다.
아프리카TV 역시 트위치 스트리머 유치전에 나섰다. 회사가 공식 채널에서 지난 15일 진행한 '트위치 웰컴' 방송에 따르면 내년 1월 31일까지 트위치 스트리머의 이주를 공식 지원한다. 이에 참여한 스트리머에겐 공식 파트너 '베스트 BJ' 신청 조건 '누적 방송 시간 500시간' 중 최대 400시간까지 기존 트위치 방송으로도 인정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채정원 아프리카TV e스포츠·게임콘텐츠 사업부문장은 "당사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개인방송'에 대한 진심으로 버텨왔으며 앞으로도 안정적,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아프리카TV로 오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위해 다각도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