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조금 종료에 전략 수정…유럽·일본 시장으로 무게 이동
플래그십 대신 ‘보급형 EV’ 앞세워 글로벌 저변 확대 나서
플래그십 대신 ‘보급형 EV’ 앞세워 글로벌 저변 확대 나서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연방 세액공제(보조금)를 9월 30일부로 완전히 종료한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보조금에 따라 시장 활성화가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차 기술력에 공들여온 현대차그룹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관세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함께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중심의 전략을 다국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대안으로 꼽는 시장은 유럽과 일본이 중심이다. 특히 일본 시장은 현대차가 2009년 철수 이후 2022년 아이오닉5를 필두로 재공략을 선언하고 도전장을 냈다. 이런 시장에서 최근 인스터 EV(캐스퍼 일렉트릭)가 판매 실적을 견인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일본 시장에서 438대를 팔았다. 경쟁사들보다 여전히 저조한 판매량이지만 현대차 차원에서 역대 상반기 판매량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618대의 70%를 올해 상반기에 채운 셈이다. 2022년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차는 2023년 492대를 팔았다.
이 같은 현대차의 실적은 올해 4월부터 일본 시장 판매를 시작한 인스터 EV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스터 EV 수출 개시 이후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 월간 판매량은 4월 82대, 5월 94대, 6월 130대로 빠르게 늘어났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에서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로 현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순한 '저가형'이 아닌, 상품성과 디자인을 강화한 전략형 모델들이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국인 일본마저 흔들고 있다.
기아의 경우 보급형 모델인 EV3와 EV4를 활용해 유럽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곧 출시 예정인 EV2를 활용한 전략도 마련돼 있어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이 모델들은 플래그십인 아이오닉 시리즈와 EV 시리즈의 기술력을 활용해 높은 상품성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엔트리 모델의 인기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가 플래그십 EV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 엔트리 모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주요 시장에서 엔트리 EV 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 일부 국가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저렴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 안전성 등 모든 측면에서 기존 플래그십 EV에 준하는 만족도를 주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면서 "일본·유럽 등 각 시장에 맞는 맞춤형 EV 제품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내연기관에 유리한 정책으로 전환하며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시장 확보와 저변 확대가 절실해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유럽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멈춰 선 것은 아닌 만큼 다양한 시장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미국 시장의 정책 변화에도 중국이 노리고 있는 신흥시장에서의 경쟁이 필요한 만큼 저가형 모델을 활용한 전략 구상을 통해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면서 미국 중심에서 벗어난 다국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