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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이클 공식 깨졌다…조용히 커지는 기관투자

전통적인 비트코인 사이클 변화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 본격화
주기영 "BTC 예측 공식 재검토해야"
홍콩 도심에 표출되고 있는 비트코인 표지판.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홍콩 도심에 표출되고 있는 비트코인 표지판. 사진=AFP/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정설'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강세장과 약세장 순환 이론이 올해 들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에는 주기영 크립토퀀트(CryptoQuant) CEO의 공개적인 선언이 있다. 그는 25일, 직접 창안한 전통적 사이클 이론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예측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비트코인 사이클 이론은 두 가지 핵심 원칙에 기반했다. 고래(대형 보유자)가 코인을 조용히 축적하고 소액 투자자(개인)들이 대거 진입하면 이를 고점 신호로 삼아 고래가 매도에 나선다는 흐름이었다. 그간 크립토 시장의 큰 방향은 이 공식에 따라 전망됐고, 실제로 주기영 CEO도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약세장 환기와 변곡점을 예상해왔다.

하지만 주기영 CEO는 올해 들어 시장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역시, 더 이상 전통적 '소액 투자자 열풍'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과열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크립토퀀트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초 이후 소액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오히려 꾸준히 감소하는 중이다. 개인들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고, 반대로 대형 기관, 펀드, 주요 지갑(ETF 포함) 등이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사이클에선 '고래가 소액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을 넘긴다'는 구조가 깨지고, 오래된 고래들이 새로운 장기 보유 성향의 고래에게 매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장기 보유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크립토퀀트의 분석가 부락케스메시(Burakkesmeci)는 "이번 사이클은 2021년의 광기와 완전히 다르다. 대중적인 열광도 없고, SNS 트렌드도 조용하다. 지금 무대는 조용히 움직이는 스마트 자금이 장악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망하고 있다"며, 과거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강조했다.
2023년 초 이후 소액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오히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미지=크립토퀀트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초 이후 소액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오히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미지=크립토퀀트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기관투자자의 본격적인 비트코인 시장 진입이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 등 제도권 투자 수단이 출시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유동성과 참여자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더욱이, 과거 사이클에서는 소매 투자자의 공황매도가 시장의 바닥 신호로 작용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장기 보유자와 기관투자가가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더 이상 단순한 투자심리 지표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참여자 구성이 달라지면서, 기존 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한 '비트코인 불·약세장 예측 공식'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전반에서 높아지고 있다. 주기영 CEO 역시, 자신의 과거 예측이 누군가의 투자 결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전통 사이클 이론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관건은 앞으로의 약세장(베어마켓)을 어떻게 예측하냐에 있다. 이전에는 소매 투자자들이 패닉셀에 나설 때 온체인 데이터에 뚜렷한 신호가 나타났으나, 이제 기관과 장기 고래가 공황 상태에 빠질 경우 온체인 상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전통적 공식이 무너진 비트코인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애널리틱스와 위험 관리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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