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이하 'NYT') 칼럼니스트가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하면서 이와 같이 지적했다.
로스 다우서트 NYT 칼럼니스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말했다.
다우서트는 지난 2009년부터 NYT에 고정 칼럼을 써오며 정치, 사회, 국제정세,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해 오고 있다.
'중세 유럽' 비유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세대 간 인구 감소와 전염병에 의한 전체 인구 감소를 단순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그만큼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단순화해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서트는 한국 저출산의 원인으로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수적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과 그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이 남녀 간 극심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한국 젊은 남성을 이성보다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한 게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우서트는 "이런 현상은 미국 문화와 대비된다기보다는 미국 역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과장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한국의 상황은 단순히 암울하고 놀라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