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본격적으로 '짝퉁과의 전쟁'에 나섰다. 대형 게임사들이 줄줄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소송전에 나선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세계 각지에서 국민 게임으로 꼽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발로란트'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가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넥슨과 엔씨소프트(NC) 등 게임업계 '큰형님'들이 자사 지적재산권(IP) 권리 침해에 관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넥슨의 IP를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게임 '다크 앤 다커'가 연달아 라이선싱 계약을 성사시킴에 따라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계약을 맺은 두 업체 모두 국내 회사라는 점, 특히 계약 종료에 관해 '오리지널 IP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넥슨과 다크 앤 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문과 법정 문서 등을 종합하면 다크 앤 다커 개발은 과거 넥슨에서 미출시 신작 '프로젝트 P3'를 제작하던 중, 개발 자료를 사외 개인 저장 공간에 보관했다는 이유로 넥슨에서 퇴사, 이후 고소 조치까지 당한 디렉터 C(가칭)가 주도하고 있다.
즉 다크 앤 다커는 단순 표절을 넘어 과거 자신이 재임했던 회사에서 개발하던 게임 관련 자료를 반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기도 전에 타 게임사들이 피해자로 판명날 수 있는 넥슨은 무시하고 게임 판매, 라이선스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소송 당사자들 외 타 업체에 소속된 이들에게 묻자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법원에서 게임 콘텐츠의 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는 중요한 시기에 여러 업체들이 이를 역행하는 듯한 조치를 취해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크 앤 다커' IP 계약을 맺은 업체를 두고 "과거 사측의 IP 보호를 위해 에픽게임즈나 가레나 등에 소송을 걸었던 곳과 같은 업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던데, 법원의 판단이 나온 후에 계약을 논의하는 것이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은 NC의 '리니지M' IP 소송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은 리니지M의 IP가 침해됐다는 주장에 관해 이 게임을 저작권법의 대상인 '저작물'로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 대상인 '성과물'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침해하는 등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산업계에는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며 게임업계 내부에서 모방, 표절 등이 관행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법원이 '저작권법 상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만을 강조해 마치 리니지M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아이언메이스도 P3와 다크 앤 다커의 유사성은 인정하면서도 "별도 에셋(언리얼 엔진 내 개임 개발 툴)을 구입해 개발한 만큼 저작권 위반과 무관하다", "넥슨이 개발을 포기한 프로젝트이므로 보전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패가 확실히 나뉘는 것이 법의 특성 상, 법을 실제로 위반했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모방과 표절은 위법이냐, 아니냐 이전에 양심, 나아가 업계의 지속성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이는 단순히 표절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표절이 옳지 않다는 의식이 사회에 자리 잡지 않으면 법원의 말대로 '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것을 창작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적으로 게임을 보호해야 한다는 허들마저 없어진다면 업계에는 게임을 창작하는 대신 남의 IP를 베끼거나 훔치려는 '산업 스파이'가 만연할 것이다. 국내 게임사 뿐 아니라 해외의 거대 자본들까지 치고 들어온다면 한국 게임계의 몰락이라는 최악의 결말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많은 게임업계인들이 최근 이어지는 표절 논란에 있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법원의 판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표절과 모방을 단순히 법원에 판단에만 맡겨야 할 문제인지, 업계 차원에서 다시금 고민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