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미식’의 성지로 통하는 청담동에 ‘로컬 마켓’이 떴다. 지난해 이국적 감성을 뽐내며 SNS 인증샷 맛집으로 등극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충청 지역 농산물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정오, 서울 청담에 위치한 한 골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모습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3층 단독주택을 상점으로 리모델링한 한 이곳은 침대 명가 시몬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아기자기하고 위트있는 소품이 먼저 반긴다. 외관만큼이나 소품들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쳤다. 미국 스니커즈 브랜드 케즈와 협업한 신발부터 천장에 무심하게 걸려있는 롤러스케이트,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바구니, 샌드위치 모양의 키친타올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1층에서 쭉 들어간 곳 뒤편으로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의류와 부산 대표 사운드숍 발란사와 협업한 제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지역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퍼블릭 마켓’은 2층에 마련됐다. 2층은 농구 코트를 재현한 야외 공간과 테라스로 이어졌다. 탁 트인 이 공간에서 식사를 즐기는 무리들의 모습 속에 먹음직스러운 자태의 메뉴가 눈에 띄었다. 봄의 맛이 느껴지는 루꼴라와 딸기가 돋보이는 메뉴였다.
충청도에서 공수한 유기농 루꼴라와 경기도 이천에서 재배된 싱싱한 딸기를 활용한 ‘특별 메뉴’다. 지역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만큼 메뉴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오는 5월엔 이천 스낵오이와 상큼한 그리스식 차지키 소스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4월엔 충청과 이천지역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이탈리아식 오픈 샌드위치인 ‘부르스케타’를 특별 메뉴로 올렸다. 또 △구운 통영산 문어와 수미감자 △한우 라구 라자냐 △아란치니 등 대전 유명 로컬 레스토랑인 비스트로 퍼블릭 메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메뉴는 미식의 성지 청담에서도 ‘맛집’으로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지역의 맛이 통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최민영 퍼블릭마켓 대표가 소믈리에 출신인 만큼, 가격대가 좋으면서도 맛도 좋은 와인들도 소개하고 있다”며 “유명인들도 자주 찾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2층 안쪽에는 최 대표가 엄선한 와인들이 진열돼 있다. 원하면 개인 취향에 맞는 와인까지 추천 받을 수 있었다.
시몬스와 퍼블릭마켓의 인연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에 퍼블릭마켓이 첫 오픈하면서 맺어진 연이다.
시몬스 측은 “최민영 대표와 ‘로컬의 가치’를 나누는 즐거움에 대한 공감대가 맞아 떨어져 청담까지 공간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몬스의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는 남다른 지역 상생 활동으로도 여겨진다. 작년엔 부산의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과 협업해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골목상권에 자리하는 것이 특징인데 2021년 문을 연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와 작년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코로나로 생기를 잃은 골목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인테리어 비용, 매장 임대료, 관리비 등 제반비용은 시몬스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퍼블릭 마켓은 올해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둘러 본 3층은 OSV(Oddly Satisfying Video·멍 때리기 영상) 전시관으로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침대광고로 유명한 시몬스 OSV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반복적 패턴 등을 보며 오롯이 쉬고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멍’ 때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이기도 하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까지 오감을 만족하는 공간으로 꾸려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침대 없는 침대회사의 팝업 스토어지만, 가장 지역적인 것을 가장 힙하다고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 주목 받으며 의외의 효과를 얻고 있다.
다른 소비재와 달리 ‘침대’라는 제품은 교체 주기가 길어 일상에서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언급하는 경우는 혼수, 이사 등에 그치기 마련인데 이러한 활동은 일상에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서다. 특히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으면서는 단순 혼수용 브랜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몬스 관계자는 “과거에는 혼수 준비 때 시몬스를 떠올렸다면,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침대로도 선택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접근을 통해 시몬스라는 브랜드가 일상에서 자주 공유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